[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인공지능 라이프 코치
얼마 전 팔뚝에 작은 장치를 하나 붙였다. 연속혈당측정기다. 매분 핏속 혈당 수치를 측정해 알려준다. 거기에 더해 스마트폰에 인공지능(AI) 혈당 관리 앱을 설치했다. AI가 혈당 수치를 평가해 알림을 보내 준다. 덕분에 생활 습관이 크게 좋아졌다. 무슨 음식이 몸에 나쁜지 곧바로 알 수 있으니 자연스레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되었다. 간식과 야식은 줄고 운동 횟수는 늘었다.
AI가 잔소리꾼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AI가 쉴 새 없이 알림을 보내 잔소리한다고 해서 기분 나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가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든든한 동반자로 여겨진다. 이렇게 AI를 활용해서 우리 삶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 워치를 차고 자면 수면 품질을 측정해 준다. 매일 아침 그날의 몸 상태를 확인해 적절한 운동을 권하기도 한다. AI는 점차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품이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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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투자·법률 등 전문 상담 AI
정보 소외 계층에 유용할 수도
신뢰성·책임성 문제 해결하려면
인간 전문가와 AI 협업 장려해야
」
건강 관리에만 잔소리꾼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생 전반에 걸쳐 누군가 조언을 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한때 ‘라이프 코치’ 전문가가 유행처럼 퍼지기도 했다. 좋은 삶을 사는 이들 곁에는 훌륭한 ‘라이프 코치’가 있다고들 한다. 굳이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가족·친구·교사나 직장 상사일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신망 높은 종교인으로부터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방송 상담 프로그램에 인생 상담을 구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각자의 상황에 맞게 좋은 조언을 해 줄 전문가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자격 없는 이로부터 그릇된 조언을 얻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인터넷상에는 과학적 근거 없는 의학적 충고,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투자 권유, 법적 위험을 간과한 계약 관련 조언들로 넘쳐난다.
AI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모두를 위한 ‘라이프 코치’가 될 잠재력이 있다. 예컨대 심리상담 AI는 인간관계에 관한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다. 금융 AI는 개인 맞춤형 재무 컨설턴트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용이나 임대차 등 생활 법률문제가 생기면 법률 AI에 물어볼 수도 있다.
이러한 상담 AI는 최근 정보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특히 더 유용하다. 또 주변 이들에 말하기 어려운 문제도 AI에는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가 더 발전하면, 노령 계층을 위해서는 돌봄이나 사회복지, 건강 관리 자문을 제공하는 데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멘토를 구하기 어려운 젊은 세대를 위해서는 스승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AI에는 아직 여러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신뢰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크다. 지금의 AI는 그럴듯한 답을 만들어 내는 데 최적화되어 있지, 정확한 답을 생성하는 데는 취약하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 검색엔진이나 사실 확인 검증 도구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가 결과에 따르면 여러 기법을 적용하더라도 AI가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답변을 생성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전문 분야에 특화된 AI 서비스도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 지난 5월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상용 법률 AI 서비스의 정확성을 평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성능이 우수한 서비스에서도 약 17%의 사례에서 부정확한 답변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만큼 현재로써는 AI를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AI가 잘못된 답변을 제공하더라도 서비스 제공자가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AI 서비스는 AI가 부정확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으니 유의하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이용자가 답변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답변을 신뢰하고 손해를 입었다면, 이용자가 이를 배상받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AI의 활용 가능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점차 AI는 여러 영역에 걸쳐 모두를 위한 ‘라이프 코치’로 자리 잡아갈 것이다. 하지만 차근히 신뢰성을 확보해 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충분한 성능이 확인되기 전이라면 성능을 부풀려 과대 광고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AI의 신뢰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유망한 활용법은 AI가 자격 있는 인간 전문가를 보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일이다. AI가 생성한 답변을 전문가가 검수하고, 부족한 답변을 보충하거나 인간 개입이 필요한지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투자·법률 등 각종 전문가가 AI를 적극 활용해 생산성을 개선하고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발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AI가 소외된 곳에서 여러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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