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식의 이코노믹스] 온라인 플랫폼 무한경쟁중…크다고 더 규제하는 게 맞나
양날의 검 될 수 있는 플랫폼법
■
「 ‘타다’ 등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기존 산업·노동자와 마찰 빚어
입점 사업자와 수수료 갈등 속
플랫폼 규제법 제정 촉구까지
토종 플랫폼 다 규제 대상 포함
과잉 규제 부작용도 고려해야
」
플랫폼은 기존 산업에 대한 창조적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은행이 배달 서비스업에 뛰어들고 게임업체가 금융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등, 산업간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이제 좋든 싫든 플랫폼을 통한 혁신을 활용하는 기업은 앞서가고, 플랫폼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뒤처지기 쉽다. MIT와 하버드 경영대학원 등의 연구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의 영업이익률과 성장률, 시가총액이 비(非) 플랫폼 기업보다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날로그 규제 혁파해야 플랫폼 큰다
하지만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존 산업 내지 집단과의 갈등 또는 마찰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의 혁신적 서비스로 인해 기득권을 위협받게 된 기존 사업자·노동자와의 갈등이 늘고 있다. 수년 전 ‘타다’가 플랫폼 방식으로 콜택시 영업을 개시했다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서비스를 접은 것이 그런 예다. 이 밖에도 공유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와 기존 숙박업자의 갈등,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에 대한 공인중개사의 반발, 법률서비스 중개 플랫폼 ‘로톡’과 변호사협회 간의 마찰 등이 이어졌다. 혁신 플랫폼의 발전을 위해서는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규제를 혁파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플랫폼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 포인트는 대형 플랫폼과 입점 사업자 간의 마찰이다. 최근 배달의민족(배민)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간의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음식 배달 시장의 63%를 점유하고 있는 배민이 배달 중개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던 가맹점주들이 대형 플랫폼의 전형적인 횡포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소상공인은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수수료 폭리행위 등을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법’(플랫폼법)의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2020년경부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 온라인 중개 플랫폼의 공정화에 초점을 맞춘 3건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7월에는 정부 안과 비슷한 2건의 포괄적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을 제출했다. 이번 배민 사태를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플랫폼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해외 플랫폼 규제, ‘갑질 방지법’ 아냐
하지만 과연 플랫폼법으로 대형 플랫폼을 규제할 것인지, 규제를 하더라도 규제의 목적과 대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양날을 가진 칼이 될 수 있다. ‘공룡 플랫폼’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은 대형 플랫폼을 옥죌수록 투자와 혁신이 위축될 거라고 우려한다.
현재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전 세계 몇몇 국가가 도입했거나 도입하려고 하는 플랫폼법은 단순히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로부터 소비자와 입점 사업자를 보호하겠다는 ‘갑질 방지법’이 아니다. 컴퓨터나 휴대폰 운영체제(OS), 앱 마켓, 검색, 메신저 등 주요 디지털 서비스 부문에서 플랫폼 이용 사업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관문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디지털 플랫폼을 겨냥하는 법이다. 디지털 서비스 시장의 특성상 이들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기존의 경쟁법으로 조사 내지 규제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규제 대상인 대형 플랫폼을 미리 지정하고 금지되는 경쟁 제한 행위 유형을 특정해 이를 사전에 규제할 수 있게 하는 특별법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런 플랫폼법은 규제 대상도 매우 좁다. 예컨대 EU의 ‘디지털시장법’은 최근 1년간 평균 시가총액 110조원(750억 유로) 이상, 3년간 유럽 내 연평균 매출 11조원(75억 유로) 이상 등의 양적 기준을 적용해 소비자와 기업 사이에서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하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만을 규제 대상 기업으로 지정한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2023년 9월 알파벳과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6개 거대 플랫폼을 서비스 분야별 게이트키퍼로 지정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애플을 아이패드 운영체제(OS)의 게이트키퍼로, 5월에는 부킹(Booking.com)을 온라인 중개 서비스의 게이트키퍼로 추가 지정했다. 또한 일본이 최근 제정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 촉진법’도 일본 내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을 겨냥한 법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 공정거래법으로 가능
그런데 이번에 국회에 제출된 일부 플랫폼 법안에서는 시가총액 30조원 혹은 15조원 이상, 매출액 3조원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제안하고 있어 유럽 디지털시장법의 기준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런 기준대로라면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토종 플랫폼은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고, 다른 플랫폼에는 이 정도의 규모가 기업이 마음 놓고 성장할 수 있는 묵시적인 상한선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대형 플랫폼에 대한 규제 여부를 정함에 있어서는 국내 플랫폼의 규모와 발전 상황, 플랫폼을 통한 혁신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보호 육성해야 할 토종 플랫폼을 가진 한국은 유럽의 디지털시장법을 본뜬 플랫폼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 미국이 빅테크 플랫폼의 기술 혁신을 중시해 빅테크 규제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법원은전 세계 컴퓨터 운영체제를 독점하고 있는 MS의 웹 브라우저 끼워팔기가 오히려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경쟁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아 당연 위법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또 미국 의회는 빅테크를 겨냥한 유럽 디지털시장법과 유사한 반독점 법안들을 모두 폐기했다. 미국의 빅테크가 끊임없는 기술 혁신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미국의 기술 친화적인 법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약자 보호 필요하지만 혁신 위축될 수도
한편,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콕 집어 특별히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서 규정하는 중개 플랫폼 규제는 대부분 기존 공정거래법 체계 안에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온라인 중개 플랫폼 규제법이 자칫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될 소지가 있다.
근본적으로 대형 중개 플랫폼의 ‘횡포’로 거론되는 행위는 과다 수수료·요금 징수다. 그런데 수수료나 요금 책정은 시장에서 가격 경쟁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정부의 간섭은 자제해야 한다. 일례로 세계적인 승차 공유 플랫폼 ‘우버’의 뉴욕 택시 요금 인상을 들 수 있다. 우버는 일반 택시보다 싼 요금으로 뉴욕 택시 시장을 장악한 뒤 요금을 인상했다. 2018~2021년 우버 요금은 92%나 상승했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운전사 구인란으로 맨해튼에서 존 F 케네디 국제공항까지 우버 요금이 항공 요금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우버 요금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원칙에 의해 결정됐고, 정부가 우버 요금을 강제로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2022년 12월 뉴욕 택시 리무진 위원회가 운전사 생계 보장을 위해 택시요금을 인상하자, 우버가 나서서 임금 인상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최근 이슈가 된 배민의 중개 수수료 인상에도 결국은 시장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배민은 그동안 다른 배달 중개 플랫폼 업체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부과해 오다가 이번에 타사 수준으로 중개 수수료를 인상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배민이 인상한 중개 수수료 9.8%는 경쟁사인 쿠팡이츠의 수수료와 같은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 23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민 앱의 7월 둘째 주 활성사용자 수가 전주 대비 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올해 최저치로, 수수료 인상에 따른 이용자 이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국내 온라인 상거래 시장 전체가 사실상 자유경쟁 시장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실제 국내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플랫폼은 상호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플랫폼의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예컨대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로 창업한 지 불과 10년 만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시가총액이 한때 100조원을 넘기도 했던 쿠팡의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5% 전후다. 이런 상황에서 중개 플랫폼의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특별한 규제를 받는 것이 타당할지 의문이다.
이번 온라인 배달 플랫폼과 가맹점 간의 수수료 분쟁이 플랫폼에 대한 과잉 규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규제를 혁파하지 않고 도리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경우, 플랫폼 생태계의 발전과 이를 통한 혁신을 죽이는 값비싼 대가가 따를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 연구원 상임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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