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탕핑’에서 ‘가비지타임’으로?
중국 인터넷 공간을 달구는 말이 있다. ‘역사의 가비지타임(garbage time·쓰레기시간)’이 그것이다. 가비지타임은 원래 스포츠 용어다. 어떤 경기 중 양 팀 간 점수 차가 너무 벌어져 도저히 승부를 뒤집을 수 없게 됐을 때의 남은 시간을 가리킨다. 이때 양 팀 감독은 주전을 빼 쉬게 하고 후보를 내보내는데 지고 있는 팀은 더 쉽게 점수를 허용해 대패할 가능성이 크다.
한데 중국에선 이 말 앞에 ‘역사’가 더해져 마치 경제학 개념처럼 퍼지고 있다. 그 뜻은 ‘사회의 흐름이 기본적 경제 규칙을 위배해 흘러가지만, 개인으로선 이를 되돌릴 수 없다. 결국 그 시대는 필연적으로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즉 중국 당국의 경제 정책이 시장 법칙과는 어긋나게 펼쳐지며 중국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지만, 개인인 일반 중국인은 이를 어쩌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3년 전 유행한 ‘탕핑(躺平)’보다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여겨진다. 탕핑은 ‘평평하게 눕는다’는 뜻이다. 현대 중국에서 노동자는 집권자가 임의로 벨 수 있는 부추 같은 존재로 부추가 제아무리 꼿꼿이 서고자 분투한들 그저 반복적으로 베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란 거다. 그럴 바에는 누워서 자신을 보전하자는 것이다. 이 탕핑이 개인적인 체념 차원에 머무른다면 역사의 가비지타임은 중국 경제, 중국 전체의 실패를 거론한다.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국 경제는 언제나 밝다는 중국 당국의 광명론(光明論)에 전적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영 언론인 베이징일보가 반박에 나섰다. ‘역사의 쓰레기시간? 참이냐 가짜냐?’란 글에서 중국 경제가 지난 수십년간 발전해오면서 언제 위험하지 않은 적이 있었는가 반문한다. 아울러 황금시대란 그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국을 흔들려는 세력이 끊임없이 말을 지어낸다고 질책한다.
중국 민초들 생각은 어떨까? 이와 관련 미 싱크탱크 CSIS가 실시한 중국인의 빈곤과 부유에 대한 태도 조사가 흥미롭다. 2004~2014년 기간 중국인은 가난해지는 주요 이유로 능력 부족과 노력 부족 등을 꼽았다. 개인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한데 2023년엔 기회 불균등, 경제시스템 불공정 등을 지적했다.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를 개인이 아닌 정부와 경제체제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체제 저항적 성격이 늘어났음을 엿볼 수 있다.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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