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少也賤, 故多能鄙事(소야천, 고다능비사)
2024. 7. 29. 00:24
수년 전 일이다. 전시장 디스플레이를 위해 남학생 알바를 구했다. 벽이 비교적 말랑한 소재인 데에다가 평소 편하게 사용하는 허드레(?) 전시장이어서 족자로 표구한 작품의 끈 부분을 손가락 잡이가 있는 압정으로 고정시키기만 하면 작품을 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학생이 사다리를 잡아주고 다른 학생이 올라가서 압정을 박았다. 벽이 말랑하지만 그래도 힘을 좀 주어야 압정을 박을 수 있었다. 몇 차례 힘을 써보더니 “손가락이 아프고 힘들다”며 장갑을 달라고 했다. 이어서 망치를 달라고 했다. 장갑 낀 손으로 망치 손잡이를 멀리 잡고 압정을 두드리다 보니 압정이 박히기는커녕 빗맞아 튀어 달아났다…. 결국은 내가 올라가 손으로 꾹꾹 눌러 박았다.
알바 학생을 흉보거나 탓하자는 게 아니다. 상당수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이 이러함을 말하고자 함이다. 우리의 자녀들을 너무 편하고 풍요롭게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육체노동 일자리는 외국 노동자들에게 다 내주고, 우리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은 왜 육체노동을 그리도 기피하게 됐을까? “나는 젊었을 때 빈천했기 때문에 험한 일도 대부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공자의 말을 새겨봐야 할 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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