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스타 검사
“요즘 뜨는 스타 검사는 누구예요?”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국회 보좌관의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서초동에서 온 기자를 향한 모종의 기대로 반짝이는 눈빛은 애써 뒤로 하고 답을 짜냈다. “다 여의도나 용산에 계세요.”
스타 검사-.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한때 이 호칭으로 불렸던 대통령, 당 대표, 국회의원, 기관장들 얼굴만 스쳐 지나갔다. 현직 검사 중에 조금이라도 본업 잘하는 스타의 자질이 보이는 이에게는 ‘곧 여의도나 용산 가십니까’ 묻던 나날들과 함께.
지금의 서초동을 요즘 날씨처럼 축축하고 찐득하게 뒤덮은 감정은 ‘상실감’에 가깝다고 느낀다. 선배 검사들은 과거만큼의 영광이 없어서, 후배 검사들은 기대한 만큼의 영광이 없어서 고민이 깊다. 판·검사를 선망했던 로스쿨생들조차 ‘노(No)가오, 노머니, 노라밸’의 현주소 앞에 로펌행을 택한다.
상실감은 한 달 전 검사탄핵 국면 때 최고조에 달했다. 제1야당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혀 직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검사가 넷이라는 현실은, 후배 검사들을 “안 그래도 깎여나가던 자부심이 이젠 그냥 소멸한 수준(4년 차 검사)”에 이르게 만들었다.
이때까진 검찰이 영광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잃은 게 아니라 잊었구나’로 생각을 고칠 대형 사건이 터졌다. 토요일(20일)에 극비 임무처럼 진행된 김건희 여사 방문조사에 느닷없이 검찰 내분 사태가 불거진 것이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 우리 헌법을 머쓱하게 만든 조사 방식을 두고 “검찰총장이 패싱 당했다”는 쇼킹한 전언들이 당장 다음날부터 흘러나왔다.
그 뒤는 끝없는 ‘불쾌 배틀’이었다. 4년간 아무도 못 한 대면조사를 성사시켰는데 도리어 질책당한 서울중앙지검도, 영부인 조사를 10시간 뒤에야 보고받은 대검찰청도, “김 여사는 조사에 응했을 뿐(대통령실 관계자)”이라는 용산도 저마다 “불쾌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상층부 격돌과는 거리가 있는 젊은 검사들에게 관전평을 물었다. “서로 생각하는 선의가 달랐는데 그 삐걱대는 틈을 역시나 여의도에 내줬다(3년 차 검사)” “각자 자기 정치하시는 거죠, 뭐(12년 차 검사)” 같은 시니컬한 말들이 삐져나왔다.
검찰총장은 이달 월례회의에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고 검사들에게 당부했다.
불교 경전을 인용한 이 구절은 원래 그 유명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로 끝난다. 정치권력 그 어디에도 영합하지 않고 혼자서 가는 검찰을 보고 싶다. 국민만 보고 책무를 다하는 이들이야말로 ‘스타 검사’ 아닌가.
김정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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