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욱 허찌른 ‘180도 다리찢기’…한국 첫 ‘그랜드슬램’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오상욱이 보여준 ‘다리 찢기’ 기술. 큰 키와 긴 리치를 이용한 찌르기 공격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성룡 기자

한국 펜싱의 간판 오상욱(28·대전광역시청)이 생애 첫 올림픽 개인전 ‘금빛 찌르기’에 성공했다. 세계 4위인 그는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세계 14위 파레스 페르자니(27·튀니지)를 15-11로 물리쳤다. 앞서 32강전에서 에반 지로(니제르)를 15-8, 16강전에서 알리 파크다만(이란)을 15-10으로 제압했고, 8강전에선 파레스 아르파(캐나다)를 15-13으로 따돌렸다. 준결승에선 루이지 사멜레(이탈리아)를 15-5로 물리쳤다.

한국 펜싱으로선 사브르 개인전 첫 금메달이다. 이전까지 김정환의 동메달(2016 리우, 2021 도쿄)이 최고 성적이다. 앞서 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오상욱은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그의 금메달은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한국 첫 금메달이다. 그간 단체전에 더 큰 의미를 뒀던 오상욱은 우승 순간 이른바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로 함께하다 은퇴한 김정환과 김준호를 떠올렸다. 그는 “함께 한솥밥을 먹으면서 컸는데, 형들이 나갈 때 정말 큰 변화가 있었다”며 “단체전은 함께 뭔가를 이겨내고, 못한 부분을 다른 사람이 메워주는 그런 맛이 있는데 개인전은 홀로서기”라고 말했다.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오상욱이 보여준 ‘다리 찢기’ 기술. 큰 키와 긴 리치를 이용한 찌르기 공격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뉴시스]

올림픽 4회 연속 금메달의 한국 펜싱은 신흥 효자 종목으로 자리를 굳혔다. 2000 시드니에서 올림픽 첫 금(남자 플뢰레 개인전 김영호)을 수확한 한국 펜싱은 2012 런던 금 2개(남자 사브르 단체·여자 사브르 개인 김지연), 2016 리우 금 1개(남자 에페 개인 박상영)로 이어나갔다. 2021 도쿄에서도 금 1개(남자 사브르 단체전)를 챙겼다.

오상욱은 1m92㎝의 큰 키와 2m5㎝의 긴 윙스팬(양팔을 벌린 길이)에 유연성까지 갖춘 ‘피지컬 괴물’이다. 아무리 빠른 상대라도 그의 긴 리치를 이용한 찌르기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 올해 28세지만 대표 경력만 10년 가깝다. 2014년 12월 ‘한국 사브르 최초 고교생 국가대표’가 된 그는 23세이던 2019년 세계선수권에선 개인·단체전을 석권하며 세계 1위까지 올랐다. 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결승에서 대표팀 선배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의 4연패를 저지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단체전 금메달까지 더해 2관왕에 올랐다.

오상욱은 남은 단체전에서 한국 펜싱 최초의 올림픽 2관왕에 도전한다. 사브르 단체전 세계 1위인 한국 남자대표팀은 2012 런던, 2020 도쿄(2016 리우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음)에 이어 올림픽 3연속 금에 도전한다. 한국은 베테랑 구본길과 에이스 오상욱의 두 기존 멤버에 신예 박상원(24), 도경동(25)이 가세했다. 오상욱은 단체전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검객으로 나선다.

파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