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후보에 없었다…19세 제주소녀 오예진, 깜짝 금

고봉준 2024. 7. 2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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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진이 올림픽 결선 신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김성룡 기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낸 오예진(19·IBK)은 이내 냉철한 승부사에서 10대 소녀로 돌아갔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8일(한국시간) 프랑스 앵드로주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오예진이 금메달을 수확했다. 함께 출전한 선배 김예지(32·임실군청)와 마지막까지 경쟁한 끝에 올림픽 결선 신기록(243.2점)으로 1위에 올랐다. 김예지는 합계 241.3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예진은 대한사격연맹조차 메달 후보로 꼽지 않았던 선수다. 국제대회 경험도 많지 않고 김예지에게 가려 이번 올림픽은 다음을 위한 도약의 무대 정도였다. 실제로 연맹의 메달 후보 명단에 그는 없었다. 전화위복이 됐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 차분하게 대회를 준비했다. 그를 지도한 채근배(54) IBK기업은행 사격단 감독은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월드컵 성적은 김예지가 뛰어났지만, 오예진도 흐름이 좋았다”며 “집중력이 뛰어나 결선에만 가면 반드시 메달을 따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오늘도 리드를 잡으면 절대 흐름을 내주지 않는 승부사 기질이 빛났다”고 덧붙였다.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금메달을 놓고 겨루는 김예지(왼쪽)와 오예진. 김성룡 기자

음악과 강아지를 좋아하던 평범한 소녀 오예진의 운명은 우연한 계기로 바뀌었다. 표선중 시절 친구 따라 찾았던 동네 사격장에서 처음 총을 쏴봤다. 재능을 발견하면서 사격 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제주여상 시절 고교부 9개 대회를 석권하며 한국 사격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의 아버지 오현석씨는 “막내딸이 올림픽 메달을 따낸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어린 나이 때부터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다는 점이 참 예뻤다. 매일 사격장에 태우고 다닌 예진이가 집안의 보배가 됐다”며 감격했다.

금지현(左), 박하준(右)

앞서 지난 27일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공기소총 10m 혼성경기에서는 금지현(24·경기도청)이 동갑내기 박하준(KT)과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합작했다. 2년 전 임신 상태로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그는 예쁜 딸을 출산한 뒤 생애 첫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지현·박하준은 1~2위 결정전에서 중국에 12-16으로 아쉽게 졌다. 사실 대회 이틀 전까지 금지현의 파트너는 최대한이었는데, 컨디션이 좋아 코칭스태프의 결정으로 에이스 박하준과 호흡을 맞췄고, 메달 격발에 성공했다.

올림픽 출전 과정은 드라마 같았다. 2022년 10월, 카이로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을 앞두고 임신 사실을 알았다. 2세 계획이 없던 터라 당황했지만, 기쁜 맘으로 출산을 준비해 지난해 5월 딸을 얻었다. 만삭 당시 허리 디스크 등으로 힘들었지만, 태아와 함께 사로를 지켰고, 마침내 샤토루에서 은메달을 꽃피웠다. 그의 사연은 지난해 5월 중앙일보의 ‘스포츠계 저출산, 엄마 선수가 없다’는 기획기사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는 “운동선수가 임신하면 편견을 갖고 보는 분들이 있다. 그런 시선에도 기죽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해내는 후배들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샤토루=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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