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0일… 트럼프·해리스, 상극 후보의 박빙 대결

전웅빈 2024. 7. 2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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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경제 극명하게 대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웨스트필드 반스 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2024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대선(11월 5일)이 28일(이하 현지시간)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현직 대통령(조 바이든)의 불출마 선언, 야당 후보인 전직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의 피격 등 유례를 찾기 힘든 대형 이벤트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판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미지의 영역에서 열리게 됐다. 현재 판세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과 여론조사업체들은 대체로 트럼프 대세론이 약해지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할 여당 후보로 해리스 부통령이 등판하면서 이번 대선은 ‘여성 대 남성’ ‘유색인종 대 백인’ ‘진보 대 보수’ 등 극명한 인물 대결 구도로 바뀌었다. 해리스와 트럼프 양측은 정책 면에서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7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관계 안정을 중요시하고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경쟁국들에 정치적 연속성을 전달하려는 조처를 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반면 트럼프의 귀환은 더 독해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의미한다. 트럼프는 외교·안보정책의 우선순위 자체를 뒤흔들고 싶어 한다. 동맹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장 동맹에 대한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 목록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의 대북 정책은 1기 때처럼 ‘톱다운’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최근 유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나와 매우 잘 지냈던 사람”이라며 “그가 나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해리스의 한반도 정책은 ‘조건 없는 대화와 국제사회를 통한 압박’이라는 바이든 행정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말인 27일(현지시간)에도 선거운동을 펼치며 맞불 공세를 이어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매사추세츠주 모금 행사에 참석해 “이 선거에서 우리는 언더독(약자)”이라면서 “하지만 이것은 국민의 힘이 뒷받침하는 캠페인이고 동력은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자신이 등판한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기는 했지만, 아직 더 추격해야 하는 상황임을 의식해 언더독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자유와 연민, 법치주의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혼돈과 공포, 증오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라고 물으며 후자가 트럼프 치하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미네소타주 세인트클라우드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극좌 미치광이,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인기 없는 좌편향 부통령”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해리스와 트럼프의 무역정책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표방하는 보호무역주의 기류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트럼프는 10% 보편 관세를 주장하며 더 독한 보호무역주의를 실행할 뜻을 밝혔다. 그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도 “우리는 제한 없는 글로벌 무역을 위해 우리 공급망을 희생시키는 것을 막고 ‘미국산’ 라벨을 붙인 제품을 더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특히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중국 등 경쟁국들의 미국 우회 진출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며 속지주의 형태의 ‘미국산’ 전략을 추진할 뜻도 내비쳤다.

해리스의 무역정책 역시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은 최근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취임 첫날부터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내용의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바이 아메리카 정책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법 등 성과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해리스가 바이든 대통령보다 진보 색채가 강하다는 점을 들어 노동자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 관점에서 무역 압박을 강화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윌리엄 A 라인쉬 국제비즈니스 석좌는 “해리스는 무역협정, 특히 시장 접근과 관련된 협정에 회의적인 진보파 일원”이라며 “무역 회의론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큰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해리스는 2020년 USMCA에 반대표를 던진 10명의 상원의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노동자 보호와 기후변화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일했던 그레타 페이쉬 변호사는 “바이든 행정부는 무역 도구를 사용해 기후변화 해결 등을 강요해 왔다”며 “해리스 행정부는 이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해리스는 일자리를 아웃소싱해 비용을 절감하는 대기업보다 미국 노동자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무역정책을 재조정할 것을 강조해 왔다”고 전했다.

대중국 정책에 있어서 해리스와 트럼프는 중국 견제라는 방향성은 같지만 접근법이 다르다. 트럼프 측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는 “중국의 위협이 증가하는 세계에서 미국은 단 하나의 현실적인 선택지만 있다”며 미국이 중국 봉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표는 해리스도 다를 바 없다. NYT는 “검사 출신인 해리스는 국제 규범 위반에 특히 분노하고 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법과 거버넌스 시스템을 뒤집으려는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완고한 정책 접근을 계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리스는 그러나 트럼프의 ‘대중국 60% 관세’ 부과가 미국 노동자와 중산층을 파괴할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 고율 관세 대신 동맹·파트너를 규합한 공급망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NYT는 “해리스는 부통령으로서 중미에서 의료 제조를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을 촉진하는 등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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