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새 경찰 3명 쓰러졌다…“남일 같지 않다” 내부 술렁
경찰에 따르면 최근 열흘 사이에 경찰관 세 명이 숨졌다. 28일 오전 서울 동작경찰서에선 경무과 소속 김모(43) 경감의 영결식이 열렸다. 김 경감은 지난 19일 오전 사무실에서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26일 세상을 떠났다. 동료들 사이에선 “김 경감이 승진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쓰러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앞서 18일엔 관악경찰서 수사과 소속 송모(31)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국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직협) 조사 결과 송 경위는 올해 승진해 수사과에 전입한 뒤 업무 과중을 호소했고, 특히 최근엔 장기 미처리 사건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충남 예산경찰서 경비안보계 소속 A(28) 경사도 지난 22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평소 주변에 과중한 업무를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엔 혜화경찰서 수사과 소속 A(40대) 경감이 동작대교에서 한강으로 투신했다가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동료들은 A 경감에 대해 “최근 큰 시민단체 사건과 의대 증원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과로를 호소했다”며 “원형 탈모가 생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잇따른 젊은 경찰관의 죽음에 “남 일 같지 않다”며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수사 업무 과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소·고발 반려제도 폐지, 수사팀 통·폐합, 형사기동대·기동순찰대 출범 등으로 사건 수는 크게 늘고 수사 인력은 줄면서 1인당 업무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처리 사건 수가 늘고, 지난해 잇따른 흉기 사건 뒤 수사 인력을 빼 현장 치안 업무에 배치하면서 생긴 문제다. 또 지난해 11월 수사준칙 개정으로 경찰 판단만으로 고소·고발 사건을 반려 또는 이관할 수 없게 되면서 각종 고소·진정 사건이 경찰에 몰려 과부하가 걸렸다.
경찰청도 사태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태 파악에 나섰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26일 경찰청 차장이 총괄하는 ‘현장 근무 여건 실태 진단팀’을 꾸려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경찰에 접수된 사건의 특성을 파악해 중요도에 따라 사건을 수사하고 종결할 수 있도록 과거 폐지된 고소·고발 반려제도를 업그레이드해 부활시키는 방안이 경찰들의 업무 과중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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