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한국 사격…비결은 바뀐 선발 시스템·실전 같은 훈련

정신영,이누리 2024. 7. 2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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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격이 파리올림픽 초반 메달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개막 이틀 만에 사격에서만 세 개의 메달이 쏟아졌다.

사격 대표팀은 대회 이틀 만에 파리 올림픽 메달 목표치를 대부분 채우게 됐다.

이은철 대한사격연맹 실무부회장은 "결승이 메달에는 더 중요한데 선발전에는 고려가 안 돼왔다"며 "점수보다는 어떤 포인트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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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이 열린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CNTS 사격장에서 오예진(가운데)과 김예지가 메달을 들고 세레모니하고 있다. 샤토루=윤웅 기자

한국 사격이 파리올림픽 초반 메달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개막 이틀 만에 사격에서만 세 개의 메달이 쏟아졌다. 은메달 한 개에 그친 직전 도쿄 대회 성적을 이미 넘었다. 완벽한 반전 배경엔 바뀐 선발전 시스템과 실전 같은 훈련이 있었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은 한국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오예진(19·IBK기업은행)과 김예지(32·임실군청)는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오예진은 243.2점, 김예지는 241.3점을 쏴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결선은 8명의 선수가 10발을 쏜 다음 2발씩 쏴서 최저점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하는 방식이다.

두 선수는 1위 자리를 놓고 마지막 발까지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했다. 오예진은 첫발부터 10.7점을 쏘며 자신감을 보였다. 네발 연속 10점대를 이어갔다. 다섯발 째에서 9.9점, 여섯발 째에 8.7점을 쏘며 주춤하는 사이 김예지가 치고 올라왔다. 10발을 마쳤을 때 오예진이 101.7점으로 1위, 김예지가 겨우 0.2점 뒤지며 뒤를 바짝 쫓았다.

인도의 마누 바커가 3위로 경기를 마치자 한국 선수 간 금메달 결정전이 시작됐다. 오예진(222.6점)과 김예지(221.8점)의 점수차는 0.8점에 불과했다. 23번째 사격에서 오예진은 10.0점을 쏴 1.1점까지 점수를 벌려 사실상 금메달을 확정했다. 마지막 발에선 10.6점을 명중해 올림픽 결선 신기록까지 세웠다.

사격 대표팀은 대회 이틀 만에 파리 올림픽 메달 목표치를 대부분 채우게 됐다. 앞서 대표팀은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목표로 세우고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골드’ 수모를 겪은 한국 사격은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뜯어고쳤다. 그동안 대한사격연맹은 본선 점수 5번 중 높은 순으로 4번의 점수를 합산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렀다. 본선에선 0.1점 차이로도 1, 2등이 갈렸다. 여기에 성적순으로 한 명씩 탈락하는 ‘녹다운’ 방식의 결승 점수는 넣지 않았다. 잘못하면 이의제기에 휘말리거나 엉뚱한 선수가 선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은철 대한사격연맹 실무부회장은 “결승이 메달에는 더 중요한데 선발전에는 고려가 안 돼왔다”며 “점수보다는 어떤 포인트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엔 종목별로 위원회를 꾸려 결승 점수를 선발전에 반영할 적정선을 찾도록 했다. 각 소속 코치들의 의견을 반영한 이 작업에만 6개월이 걸렸다.

선발 조합도 과감히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 부회장은 “예전에는 공정한 걸 너무 따져서 지도자들에게 그런 권한조차 주지 않았었다. 메달을 따려면 감독의 결정을 믿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제한을 풀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 이틀 전 박하준-반효진에서 박하준-금지현으로 조합을 바꿔 은메달을 따냈다.

사격 대표팀의 또 다른 핵심 전략은 실전 같은 훈련이다. 선수들이 이미 몇 달 전부터 파리 사토루 경기장의 ‘현지 적응’을 마친 것도 한몫했다. 대한체육회가 지난 4월 파리 경기장을 본 따 가상현실(VR) 세트장을 구현한 것이다. 장갑석 총감독은 “좀 험난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서 어려운 조건에서도 이겨낼 수 있도록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파리=이누리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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