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 되뇌인 오예진, '메달 후보 밖' 편견 격파하고 금빛 명중 [2024 파리]

윤승재 2024. 7. 2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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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6051=""> 오예진. 연합뉴스</yonhap>


"메달 후보 아니라고 해도 신경 안 썼다."

고교 9관왕, 하지만 올림픽 메달 후보는 아니었다.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 랭킹 35위에 첫 올림픽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에게 메달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오예진(19·IBK기업은행)은 달랐다. 금메달을 따고 환하는 모습을 계속 상상하며 노력한 끝에 현실로 이뤄냈다. 

오예진(19·IBK기업은행)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경기 결선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김예지(31·임실군청)와 '집안 싸움' 끝에 오예진은 총점 243.2점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50m 권총 진종오 이후 한국 선수로는 8년 만에 올림픽 결선 신기록도 세웠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오예진은 "여기 오기 전부터 결선 마지막 발을 쏘고 금메달을 들고 환호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실제로 이뤄지니까 정말 기쁘다"라고 웃었다. 그는 "메달이 굉장히 무겁지만 뿌듯하다. 엄마와 통화할 때 실감 날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여자 사격 공기권총 1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오예진(오른쪽)과 김예지. 연합뉴스


이날 오예지는 결선 내내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사수했다. 중반 연달아 9점대를 쏘면서 김예지에게 잠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곧바로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아 마지막에 웃었다. 

"평소에 안 풀리면 '왜 이러지' 했을 텐데, 오늘은 입 밖으로 '할 수 있다', '그냥 즐겨'라고 내뱉었다. 덕분에 편하게 했다"라고 말한 오예진은 "마지막 발에 확신이 있었다. 쏘고 돌아서서 진짜 크게 소리를 질렀다"라고 돌아봤다. 

금메달 후 장갑석 감독과 홍영옥 코치, 사격연맹 관계자들 모두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오예진도 처음엔 미소를 짓다가 조금 후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그는 "처음엔 눈물이 안 나고 '나 메달 딴 거야?'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나중에 확 감정이 느껴져 눈물이 왈칵 났다"라고 전했다. 

사실 오예진은 메달 후보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세계 무대에서의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오예진은 당당하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오예진은 "제가 메달 유력 후보는 아니라고 해도 신경 안 썼다. 내 것만 하면 다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면서 "평소처럼 하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예진. 연합뉴스


금메달을 목에 건 오예진은 올림픽 후 어머니와 함께, 반려동물 사모예드를 키우며 제주도를 산책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라탕을 먹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도 내비쳤다. 

오예진은 다관왕에 도전한다. 29일 열리는 공기권총 혼성 본선, 30일 결선 경기에서 이원호(KB국민은행)와 호흡을 맞춰 출전한다. 오예진은 "(이)원호 오빠와 함께 경기하며 제가 동생 노릇 하겠다. 동생이 오빠를 이렇게 떠받치겠다"고 말했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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