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오예진 '이게 金? 이게 꿈?' 메달 후보도 못낀 그녀 金 쐈다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차로 약 350㎞ 떨어진 중부 소도시에서 마침내 금빛 총성이 울렸다. 주인공은 ‘2005년생 승부사’ 오예진(19). 이제 막 고등학생 티를 벗은 사격 신예 오예진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오예진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앵드로주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조준했다. 함께 출전한 선배 김예지(22)와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이다가 올림픽 결선 신기록인 243.2점을 쏴 합계 241.3점을 기록한 김예지를 제치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사격의 올림픽 금메달은 2016년 리우 대회 남자 권총 50m에서 우승한 ‘사격 황제’ 진종오(45) 이후 8년 만이다. 동반 메달 획득은 2012 런던올림픽 남자 권총 50m에서 나란히 1위와 2위를 휩쓴 진종오와 최영래(42) 이후 처음이다.
그야말로 깜짝 반전이다. 오예진은 이번 대회 직전까지 메달권 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다. 아직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하지 않고, 같은 종목 선배인 김예지의 최근 컨디션이 뛰어나 파리올림픽은 다음 단계를 위한 도약의 무대 정도로 여겨졌다. 실제로 대한사격연맹은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정리한 ‘메달 전망’ 선수 명단에서 김예지만 포함시켰다.
이는 오히려 금메달을 향한 전화위복이 됐다. 모두가 자신을 주목하지 않는 틈을 타 차분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다. 오예진을 지도하는 채근배(54) IBK기업은행 사격단 감독은 28일 통화에서 “최근 월드컵 성적은 김예지가 뛰어났지만, 오예진 역시 흐름이 좋았다. 무엇보다 집중력이 뛰어나 결선에만 가면 반드시 메달을 따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한 번 리드를 잡으면 상대에게 절대로 흐름을 내주지 않는 오예진의 승부사 기질이 빛났다”고 했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오예진의 어릴 적 별명은 ‘오예스’였다. 과자 이름과 비슷하다고 해서 친구들이 지어줬단다. 평소에는 음악을 즐겨 들었고, 지나가는 강아지는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이처럼 평범한 인생은 우연한 계기로 뒤바뀌었다. 표선중 시절 친구를 따라간 동네 사격장에서 처음 총을 잡았다. 이때 재능을 발견해 본격적으로 사격선수로서의 길을 걸었고, 제주여상 3학년이던 지난해에는 고교부 9개 대회 우승 트로피를 싹쓸이해 한국 사격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오예진의 아버지인 오현석 씨는 “우리 막내딸이 올림픽을 따낸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딸바보 아빠가 오늘 많이도 울었다”고 감격했다. 이어 “(오)예진이가 어릴 때 사격을 한다고 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어린 나이부터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점이 참 예뻤다. 매일 사격장으로 태우고 다니던 예진이가 이제 우리 집안의 보배가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최연소 국가대표인 반효진(17)은 이날 열린 10m 공기소총 여자 본선에서 올림픽신기록인 634.5점을 쏴 전체 1위로 결선 진출 티켓을 확보했다. 결선은 한국시간으로 29일 오후 4시 30분부터 열린다.
파리=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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