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트래블카드, 1년 반 만에 하나 따라잡아 [맞수맞짱]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7. 28.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카드 | 신한카드 vs 하나카드

그동안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 분야는 ‘트래블로그’를 앞세운 하나카드의 독무대였다. 최초로 트래블카드를 선보이며 선점한 덕분에 50% 이상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경쟁사를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올 들어 변화가 감지된다. 신한카드가 지난 2월 ‘쏠(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선보이면서다. 신한은행과 함께 다양한 혜택으로 맹공을 퍼부은 결과, 최근 하나카드를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왼쪽부터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와 신한카드의 ‘쏠트래블’ 체크카드. (각 사 제공)
하나카드, 1~5월 점유율 1위

신한카드, 3월부터 추월

올 초까지만 해도 이 시장은 하나카드의 놀이터였다.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지 않았던 2022년 6월 하나카드는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인 트래블로그를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환전·현금자동인출기(ATM) 출금 수수료 무료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우며 입소문을 타고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해외 체크카드 결제 금액 기준 점유율 1위에 오른 이후 올해 초까지 1년 넘게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초 20% 중반대로 시작한 점유율은 1년 만에 39%까지 높아졌다.

여신금융협회의 월별 카드 이용 실적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개인회원 해외 결제액은 7조4861억원이다. 그중 하나카드 해외 결제액이 1조480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점유율 19.8%로, 1위 자리를 지켰다. 7월 초 기준 가입자 수는 500만명을 돌파했으며, 환전액은 2조원을 넘어섰다. 카드업계에서 두드러진 성과가 부재했던 하나카드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나카드가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 시장에서 독주를 이어가는 동안 경쟁사들은 다소 뒤처졌다. 팬데믹 여파로 여전히 해외여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기 때문. 20년 가까이 카드업계 최고 자리를 지켜온 신한카드도 마찬가지다. 하나카드가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선보인 지 1년 반이 지난 뒤에야 이에 대적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했다.

그런데 지난 2월 신한카드가 쏠트래블 체크카드를 공개하며 반격에 나서자 판도가 달라졌다. 후발 주자인 만큼 신한카드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했다. 하나카드 트래블로그가 제공하는 환전·ATM 수수료는 물론, 일부 신용카드 고객에만 제공되는 공항 라운지 이용 혜택을 담아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쏠트래블 체크카드는 전 세계 1200여 공항 라운지를 상·하반기 각각 1회씩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세웠다. 국내 편의점 5% 할인, 국내 대중교통 1% 할인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유용한 혜택도 담았다.

대대적인 홍보 활동도 펼쳤다. 이례적으로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이 직접 홍보에 나섰다.

그 결과 신한카드는 해외 특화 카드 분야 부동의 1위였던 하나카드를 제치고 마침내 선두에 올라섰다.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하나카드를 제치고 해외 카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 5월 말 기준 점유율은 신한카드가 21.3%로 1위로 나타났다. 하나카드는 19%로 뒤를 이었다.

혜택 강화 속도 낸다

신용카드 2차전 분위기

신한카드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자, 하나카드는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기존 트래블로그 체크카드 혜택을 한층 강화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하나은행 모든 영업점에서 즉시 발급이 가능하도록 한 것. 급히 해외 출장 일정이 잡히거나 무계획으로 떠나는 여행족을 잡기 위한 방책이다. 환전 서비스도 강화했다. 사용자가 설정한 환율보다 낮아지면 자동으로 외화를 환전해주는 ‘목표 환율 자동 충전’과 잔액이 부족하면 체크카드 결제계좌에서 환율 우대 100%로 자동 환전된 뒤 결제되는 기능을 추가했다.

하반기에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혜택도 수두룩하다. 7월 18일 기준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통화는 41종이다. 이를 총 58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7월 25일 5종을 추가하고, 8월 중 5종을 더 확대한다. 앞으로는 여러 명이서 여행을 갈 때, 정산의 번거로움도 덜 수 있다. 환율 걱정 없이 외화로 편리하게 정산할 수 있는 서비스도 7월 25일 선보인다. 지난 2월 선보인 신한 쏠트래블 체크카드도 공개한 지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사이 여러 혜택이 추가됐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국내 웹툰 ‘냐한남자’ 캐릭터를 반영한 플레이트가 새롭게 공개됐다. 지난 6월에는 국내 편의점 CU 즉시 할인 서비스가 추가로 탑재됐으며, CU 간편식이나 즉석커피를 전월 실적에 관계없이 5% 즉시 현장 할인해주는 혜택도 담았다.

시장에서는 신한카드와 하나카드의 치열한 트래블카드 1위 경쟁이 체크카드뿐 아니라 신용카드 부문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신한카드와 하나카드가 비슷한 시기 트래블 신용카드를 새롭게 선보이면서다.

사실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 신용카드를 지난해 5월 내놨다. 체크카드 연동 계좌에 잔액이 없을 경우, 신용카드 이용 고객이 하나머니를 활용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신용카드는 시장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1년간 신용카드 성과를 거두지 못하던 하나카드가 최근 강력한 혜택을 담은 신상품을 내놓으며 반전을 노린다. 마일리지 적립 신용카드에 트래블로그 혜택을 더한 것. 국내 이용 금액은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적립되며, 해외 이용 금액은 기본적으로 트래블로그와 동일하게 외화하나머니에서 사용할 수 있다. 환전, 해외 ATM 인출, 해외 이용 수수료 무료 등 기존 트래블로그 3대 혜택은 기본으로 탑재됐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SKYPASS’와 ‘PRESTIGE’ 2종은 전월 실적 조건 없이 결제 금액 1500원당 최대 3마일, 카드 발급 시 웰컴 마일리지가 적립된다.

신한카드도 하나카드에 뒤질세라 지난 7월 15일 쏠트래블 신용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해외 모든 가맹점에서 일시불 이용 금액의 0.5%를 마이신한포인트로 적립해준다.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도 이용 금액의 0.5%를 마이신한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여행·교통·쇼핑·맛집·운동 영역에서는 1.5%가 추가로 적립된다. 전월 국내 이용 금액이 40만원을 넘을 경우, 전 세계 1200여개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서비스를 상·하반기 구분 없이 연간 3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체크카드와 마찬가지로 쏠트래블 외화계좌를 통해 환율 100% 우대를 제공하며, 해외 이용과 해외 ATM 인출 수수료가 면제된다.

양 사의 해외여행 특화 카드 경쟁이 체크카드에 이어 신용카드까지 옮겨붙으면서 소비자는 웃고 있지만,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까지 트래블카드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마케팅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이 같은 부담을 언제까지 갖고 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9호 (2024.07.24~2024.07.30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