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확보 요원한 티메프, 파산 우려 나오는데...말 아끼는 구영배

김경미 2024. 7. 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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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모회사 큐텐 앞 피해자 시위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오후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서울 강남구 큐텐 앞에서 피해자들이 회사 측에 빠른 환불과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2024.7.28 ond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8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큐텐 본사 건물 앞에 우산을 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티몬·위메프에서 구매한 여행 상품이 취소됐는데도,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항의 집회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모기업인 큐텐이 직접 나와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이 장기화하며 모기업인 큐텐의 자금 동원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때 본사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현장 환불을 진행하던 티몬과 위메프는 자금 부족을 이유로 이를 중단한 상태다.

문제는 큐텐 역시 재무 상태가 여의치 않아 수천억원으로 추산되는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금액을 지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티몬·위메프의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구영배 큐텐 대표는 “자금과 수습책을 찾고 있다”며 두문불출하고 있다.


환불 멈춘 티메프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 소비자 수백 명이 몰려들며 북적였던 티몬과 위메프 본사는 이날 각종 안내문만 남은채 사실상 비어있었다. 지난 25~26일 본사 방문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던 현장 환불 조치가 전날부로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환불 대신 홈페이지 공지와 개별 메시지를 통해 신용카드사에서 결제대금을 취소하라고 권하고 있다. 국내 9개 카드를 이용해 티몬·위메프에서 결제하고도 물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카드사에서 직접 결제대금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에 따르면 위메프는 약 2000명, 티몬은 약 260명에 대한 환불을 마쳤다. 신용카드사 외에도 네이버·카카오·토스페이 등 간편결제사와 결제대행사(PG)도 결제 취소에 나서기로 하면서 소비자들은 피해 금액을 환불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판매자 피해 복구는 요원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피해 입점 판매자(셀러)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판매자가 머리를 쥐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판매자(셀러)가 받지 못한 정산 대금은 아직 해결이 요원하다. 이날 서울 위메프 본사 인근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판매자 40여 명은 회사 측이 대금 정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판촉 행사로 매출을 높여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티몬·위메프의 5월 미정산 금액은 약 1700억원 수준이다. 대규모 할인 행사로 판매가 늘었던 6~7월 미정산 금액을 합치면 판매자들의 피해 규모는 수천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들 플랫폼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현금성 자산과 매출 채권 등을 포함해 약 350억원 가량이어서 모기업과 외부의 지원이 없다면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큐텐 자금 조달, 가능할까


싱가포르기업청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큐텐의 누적 결손금은 4310억원, 유동 부채는 5168억원이다. 여기에 큐텐은 올해 2월 북미·유럽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며 2300억원을 추가로 썼다. 큐텐의 자금 사정도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오히려 큐텐은 위시를 인수하며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을 끌어다 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구 대표는 지난 27일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대표(CEO)에서 물러났다. 그간 큐텐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위시, AK몰 등 자회사인 이커머스 플랫폼의 물동량을 활용해 큐익스프레스의 몸집을 키우고 향후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큐익스프레스는 CEO 교체를 발표하며 “큐텐그룹과 관계사의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의 비즈니스는 직접적 관련이 없고, 그 영향도 매우 작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티몬·위메프와 선긋기에 나선 셈이다.


파산시 판매자 연쇄부도 현실화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28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에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우편 및 쪽지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최악의 상황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절차나 파산을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금융 채권과 상거래 채권이 모두 동결되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당분간 대금을 돌려 받을 수 없다. 앞서 서울 신사동 티몬 본사를 방문한 피해자들은 ‘기업 회생 고려’라는 메모가 담긴 티몬 직원의 수첩을 발견하기도 했다.

회생 절차를 위한 채권단의 동의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파산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티몬과 위메프가 파산을 신청한다면 피해자 보상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구 대표가 사재를 털어 사고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구 대표는 중앙일보에 “아직까지 자금과 수습책을 찾고 있어 당분간 양해를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로 입장 표명을 갈음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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