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700억 조달 계획, 구체적 방안 없다…구영배는 침묵

정진호 2024. 7. 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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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티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장기화할 예정이다. 28일 금융당국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티메프’의 모회사인 큐텐 그룹은 해외 계열사인 위시를 통해 5000만 달러(약 700억원)를 조달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마저도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두로만 5000만 달러를 조달하겠다고 했을 뿐, 금융당국에 구체적인 방식은 내놓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말만 할 게 아니라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태 수습에 책임이 있는 큐텐 그룹 구영배 대표가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피해 입점 판매자(셀러)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판매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령 700억원을 들여온다고 해도 사태 해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금융당국이 티몬과 위메프의 자료를 토대로 일차적으로 파악한 미정산 금액만 1700억원 규모다. 5월에 판매한 물품의 미정산 규모만 따진 것으로, 6월 이후 미정산분과 소비자 환불액까지 고려하면 사태를 수습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더욱 불어난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지난 27일 티몬 본사에서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와 취재진에게 “중국에 큐텐 운영자금 600억원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자금을 어떻게 들여올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 있다는 구영배, 당국 소통 안 돼


금융당국은 큐텐의 구 대표가 한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대화 채널을 마련하지 못 하고 있다. 구 대표가 연락을 피하면서 금융당국은 현장에 있는 티몬 임직원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소통이 이뤄지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는 큐텐이 담당하는 구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 대표가 직접 전면에 나와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계획을 밝혀야 한다"며 "이번 미정산 사태가 상장을 위한 큐텐의 무리한 기업 인수가 발단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영배 큐텐 대표. 연합뉴스

큐텐 자체 해결 어렵다 전망도

현실적으로 큐텐의 외부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은 점차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기업청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큐텐의 유동부채는 약 5200억원 수준이다. 유동자산이 약 1500억원인데 부채가 3배가 넘는다. 큐텐의 물류 자회사 역시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 티몬·위메프뿐 아니라 그 모회사 역시 사태를 해결할 만한 자산이 남아있지 않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티몬·위메프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것이란 전망도 유통업계에선 나온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금융 채권뿐 아니라 일반적인 상거래 채권까지 모두 동결된다. 판매업자 입장에선 당분간 판매대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진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구 대표에게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도 사재를 내놔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28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줄도산 우려에…정부 29일 대책 회의


티몬·위메프에 판매자로 입점한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줄도산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지급 대상자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거래 규모를 파악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자료를 넘겨받아 지원 대상을 추릴 전망이다. 대형 여행사나 판매자 등은 제외하고 유동성이 시급한 중소 판매업자가 지원 대상이다.

다만 긴급경영안정자금은 보조금이 아닌 융자 형태다. 결국 급한 불은 끈다고 해도 티몬·위메프로부터 정산을 받지 못하면 판매업자가 각자 감당해야 할 빚으로 남는다.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등은 29일 위메프·티몬 관련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판매자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해 발표한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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