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까지 극복 못하더라도…” 오상욱 7개월전 쓴 속 깊은 다짐
‘부상 트라우마 이겨내고 아시안게임 2관왕
…유일한 목표는 파리올림픽’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첫 금메달이자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기록한 오상욱은 ‘부상 트라우마를 겪는, 완벽하지 않은 오상욱’을 인정한 것이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1년 전 아시안게임 2관왕에 들뜨지 않고 최종 목표인 파리올림픽을 바라보며 묵묵히 달려온 그의 마음가짐이 빛나는 지점이다.
오상욱은 지난해 연말까지 네이버 스포츠스토리텔러를 통해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3회차 연재 글을 기고했다. 자신을 “수술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발목을 보호한답시고 여전히 딱딱하고 무거운 펜싱화를 찾아 신는 ‘겁쟁이’”이자 “트라우마 때문에 다리를 찢는 동작을 할 때면 여전히 발을 쫙 뻗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소심쟁이’ ”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저는 내년 파리올림픽에서 짜릿한 승리의 희열을 맛볼 준비가 돼 있는 ‘대한민국 펜싱 국가대표’”라고 부연했다.
크리스천 선수로 알려진 오상욱은 연재 글에서 트라우마를 인정하고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연습 시합 후 발목 인대가 파열된 날 저녁 숙소에서 마스크팩을 하고 누워있거나, 대표팀 단체전 마지막 주자인 말번 선수를 맡는 등 성격이 낙천적인 그를 주변에선 ‘멘탈갑’으로 불렀다. 그러나 오상욱은 지독한 부상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저는 상대가 제 앞에 서 있으면, 또다시 상대의 발을 밟고 다칠까 두려워 앞발을 쭉 뻗지 못하는 펜싱 선수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 오상욱이 한 국제대회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며 ‘나는 그저 순서상 마지막일 뿐’이라며 무겁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지금도 여전히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지금도 다리를 찢으며 공격해 들어가는 동작을 취할 때면 이 트라우마는 제 안에서 확연히 되살아난다. 어쩌면 저는 내년 파리올림픽 피스트 위에 설 때까지도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어쩌면 저는 100% 완벽하게 준비되지 못한 모습으로 파리올림픽이라는 큰 무대 위로 올라갈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트라우마가 있는 오상욱도, 100% 완벽하지 않은 오상욱도 모두 오상욱이니까”라고 역설했다.
그는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었다는 교훈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며 조급해진 마음에 빗대 소개하기도 했다. 2021년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월드컵 직후 코로나 확진으로 한 달간 격리 치료를 받고 92㎏이었던 몸무게가 83㎏으로 줄 정도로 큰 체력 손실을 보았다. 몸을 다 추스르기도 전에 훈련에 동참해 오히려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고 한다. 수많은 언론이 조지아의 산드로 바자제와의 8강에서 진 자신을 ‘오심의 희생양’으로 언급했지만, 자신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고 했다. 오상욱은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제가 더 높이 올라가지 못했던 것은 오심이 아닌 바로 저 자신 때문이었다. 불안해하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저 자신이 바로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자조했다. 이어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애칭인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로 불리는 선후배 동료와 단체전을 치르며 그런 불안감을 치유할 수 있었다며 “빨리 실패해서 참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또 다쳤지만, 이를 극복하고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다음 최종 목표인 파리올림픽을 위해 들뜨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오상욱은 “솔직히 고백하자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저는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재활을 선택한 것이 다행이었다는 생각, 그리고 대표팀 복귀가 늦어지더라도 좀 더 일찍 그리고 좀 더 오래 재활에 매달렸어야 했다는 작은 후회가 들었을 뿐”이라며 “이유는 간단하다. 제 목표는 파리 올림픽이니까요. 재활하면서도,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도 했던 생각은 이 한 가지뿐이었다”고 강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전략 자산으로 비트코인 비축할 것…친비트코인 대통령 약속”
- 日 언론 “파리올림픽은 침몰하는 한국 상징” 조롱
- 환경단체 “휴대용 목 선풍기서 전자파 과다 발생”
- “농인도 편하게 주문하도록” 수어 배운 카페 사장님 [아살세]
- 트럼프 ‘붕대 뗀’ 귀 보니…“총알? 파편?” FBI발 논란
- 韓선수단에 불어·영어로 “북한” 소개…개막식 대형사고
- “카드사 취소” 티몬·위메프 방안 나왔다…구영배 근황은
- “더워” 韓수영 대표팀 호텔로…英선수단은 “음식 뭐냐!”
- 우비 입은 홍라희·이서현…파리올림픽서 포착된 삼성家
- 배 탄 선수들, 센강 옆엔 공연…파리올림픽 역대급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