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까지 극복 못하더라도…” 오상욱 7개월전 쓴 속 깊은 다짐

신은정 2024. 7. 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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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네이버 블로그 연재글
‘부상 트라우마 이겨내고 아시안게임 2관왕
…유일한 목표는 파리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오상욱이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자신의 발목 부상 사진(왼쪽)과 그가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메달을 입에 물고 있는 장면. 블로그 캡처,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첫 금메달이자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기록한 오상욱은 ‘부상 트라우마를 겪는, 완벽하지 않은 오상욱’을 인정한 것이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1년 전 아시안게임 2관왕에 들뜨지 않고 최종 목표인 파리올림픽을 바라보며 묵묵히 달려온 그의 마음가짐이 빛나는 지점이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한국의 오상욱(왼쪽)이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를 상대로 금메달 공격을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오상욱은 지난해 연말까지 네이버 스포츠스토리텔러를 통해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3회차 연재 글을 기고했다. 자신을 “수술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발목을 보호한답시고 여전히 딱딱하고 무거운 펜싱화를 찾아 신는 ‘겁쟁이’”이자 “트라우마 때문에 다리를 찢는 동작을 할 때면 여전히 발을 쫙 뻗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소심쟁이’ ”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저는 내년 파리올림픽에서 짜릿한 승리의 희열을 맛볼 준비가 돼 있는 ‘대한민국 펜싱 국가대표’”라고 부연했다.

크리스천 선수로 알려진 오상욱은 연재 글에서 트라우마를 인정하고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연습 시합 후 발목 인대가 파열된 날 저녁 숙소에서 마스크팩을 하고 누워있거나, 대표팀 단체전 마지막 주자인 말번 선수를 맡는 등 성격이 낙천적인 그를 주변에선 ‘멘탈갑’으로 불렀다. 그러나 오상욱은 지독한 부상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저는 상대가 제 앞에 서 있으면, 또다시 상대의 발을 밟고 다칠까 두려워 앞발을 쭉 뻗지 못하는 펜싱 선수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남자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오상욱이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자신의 발목 부상 당일 저녁 얼굴에 팩을 올린 모습. 블로그 캡처

그런 오상욱이 한 국제대회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며 ‘나는 그저 순서상 마지막일 뿐’이라며 무겁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지금도 여전히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지금도 다리를 찢으며 공격해 들어가는 동작을 취할 때면 이 트라우마는 제 안에서 확연히 되살아난다. 어쩌면 저는 내년 파리올림픽 피스트 위에 설 때까지도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어쩌면 저는 100% 완벽하게 준비되지 못한 모습으로 파리올림픽이라는 큰 무대 위로 올라갈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트라우마가 있는 오상욱도, 100% 완벽하지 않은 오상욱도 모두 오상욱이니까”라고 역설했다.

남자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오상욱이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자신의 발목 부상 사진. 블로그 캡처

그는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었다는 교훈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며 조급해진 마음에 빗대 소개하기도 했다. 2021년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월드컵 직후 코로나 확진으로 한 달간 격리 치료를 받고 92㎏이었던 몸무게가 83㎏으로 줄 정도로 큰 체력 손실을 보았다. 몸을 다 추스르기도 전에 훈련에 동참해 오히려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고 한다. 수많은 언론이 조지아의 산드로 바자제와의 8강에서 진 자신을 ‘오심의 희생양’으로 언급했지만, 자신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고 했다. 오상욱은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제가 더 높이 올라가지 못했던 것은 오심이 아닌 바로 저 자신 때문이었다. 불안해하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저 자신이 바로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자조했다. 이어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애칭인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로 불리는 선후배 동료와 단체전을 치르며 그런 불안감을 치유할 수 있었다며 “빨리 실패해서 참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의 오상욱 메달을 입에 물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그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또 다쳤지만, 이를 극복하고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다음 최종 목표인 파리올림픽을 위해 들뜨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오상욱은 “솔직히 고백하자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저는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재활을 선택한 것이 다행이었다는 생각, 그리고 대표팀 복귀가 늦어지더라도 좀 더 일찍 그리고 좀 더 오래 재활에 매달렸어야 했다는 작은 후회가 들었을 뿐”이라며 “이유는 간단하다. 제 목표는 파리 올림픽이니까요. 재활하면서도,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도 했던 생각은 이 한 가지뿐이었다”고 강조했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오상욱이 시상대에 올라 삼성 Z 플립6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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