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 김판곤 감독, 울산 새 사령탑 부임…"가능한 많은 트로피 노리겠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지난 2년간 한국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인 K리그1을 2연패한 울산 HD가 홍명보 전 감독이 국가대표팀으로 옮긴 것에 따른 새 사령탑을 맞았다.
본지 최초 보도대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최근까지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이끌었던 김판곤 감독(55)이 부임했다.
울산 구단은 28일 "지난 20여년간 국내·외에서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력을 보여준 김판곤 감독이 친정팀인 울산에서 K리그 첫 정식 감독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고 밝혔다(엑스포츠뉴스 2024년 7월16일 특종 보도).
울산의 이번 시즌 중 감독 선임은 홍명보 전 감독의 국가대표팀 사령탑 이동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울산에 취임한 뒤 2022년과 지난해 K리그1 우승을 이끌었던 홍 감독은 울산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번복하고 이달 초 국가대표팀 감독에 취임하며 10년 만에 태극전사들을 조련하게 됐다.
갑자기 사령탑 공백이 생겼고, 김 감독을 영입하게 됐다. 김 감독은 홍 감독이 이탈한 뒤 울산에서 새 사령탑을 물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독보적인 유력 후보로 떠오른 상태였다. 김 감독 외에 K리그 감독 출신 지도자들도 물망에 올랐으나 대세는 바뀌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말레이시아축구협회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전격 사임했다.
당시 개인적인 도전을 하기 위해서 떠난다며 행선지 언급을 아꼈는데 울산 부임이 확실시되는 상태였다. 울산은 팀K리그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가 친선 경기를 치르는 오는 31일 전후로 '올스타 브레이크'를 갖게 되자 이 때부터 팀을 조련하기 위한 구상을 갖고 새 감독 선임 타임 라인을 짰다. 그리고 28일 브레이크에 돌입하자마자 김판곤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김 감독 개인적으로는 친정팀 울산에 돌아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경남 진주 출신인 김 감독은 지난 1992년 울산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 1996년까지 울산에서 뛰다가 1997년 생긴지 얼마 안 된 전북 현대로 이적한 뒤 한 시즌만 소화하고 현역에서 비교적 일찍 은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K리그 통산 기록이 39경기에 불과하지만 1996년에 울산의 사상 첫 K리그(지금은 K리그1) 우승을 맛보는 등 울산 역사의 한 페이지를 겪기도 했다.
이후 1998년 중경고 감독으로 지도자에 입문한 김 감독은 2000년에 홍콩을 무대로 지도자 생활을 이어나가면서 국제적인 감각을 키웠다. 2005년엔 K리그 부산 아이파크 수석코치로 부임했고, 이듬해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후에도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08년 12월엔 다시 홍콩으로 떠나 사우스차이나 구단 사령탑을 맡았고, 이후 홍콩 대표팀과 홍콩 U-23 대표팀까지 함께 지휘하면서 승승장구하고 '홍콩의 히딩크'란 별명까지 얻었다.
2011년에 경남FC 수석코치로 활동했던 김 감독은 이듬해 다시 홍콩으로 건너가 홍콩 국가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다시 지휘했다.
그렇게 현장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김 감독은 2018년 1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을 맡아 행정가로 전격 변신했다. 홍콩에서도 각급 대표팀을 동시에 맡아 대표팀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 경력이 있었고, 영어에 능통해 국제적인 감각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실제 김 감독은 부임 7개월 뒤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를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했다.
벤투 감독은 이듬해 1월 UAE 아시안컵 8강에서 카타르에 0-1 충격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한국 국가대표팀 최장수 감독 기록을 갖게 됐으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사 두 번째 원정 대회 16강을 이끌었다. 김판곤 감독이 선임했던 지도자들은 벤투 감독을 비롯해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아시안게임 금메달, U-23 아시안컵 우승), 김은중 U-20 대표팀 감독(U-20 월드컵 4강) 등 전부 국제대회에서 한국 축구를 빛냈다.
그러나 김판곤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을 불과 1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를 떠나 말레이시아 대표팀과 계약, 현장으로 돌아갔다. 김 감독은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2년 반 지휘하면서 수준을 크게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말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말레이시아 '레알 마드리드'로 불리는 조호르 바루 구단 선수들을 차출하지 못했음에도 4강에 오르는 기적을 썼다.
이어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본선에도 말레시아 대표팀을 올려놨으며 조별리그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휘하던 한국과의 맞대결에서 클린스만호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한 끝에 3-3으로 비겼다.
김 감독은 최근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 사임 기자회견을 열면서 "내가 잘하는 일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내가 떠나 누가 와도 대표팀이 잘 돌아가는 것이 바로 시스템"이라며 자신의 휘하에 있던 스페인 출신 수석코치가 감독으로 승격해도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잘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며 울산에 왔다.
김 감독은 이번이 사령탑을 처음 맡는 것이지만 책임감은 막중하다. 울산은 이번시즌 K리그1 전체 38경기 중 25경기를 마친 상태에서 승점 42를 기록, 강원FC(승점 44)에 불과 2점 뒤진 4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2연패를 달성했고, 스쿼드도 국내 구단 최고 수준인 만큼 남은 13경기를 잘 치러 3연패 달성하는 게 첫 과제다.
아울러 지난 시즌 4강에서 주저 앉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도 도전한다. 울산은 2020년 이후 5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린다.
하지만 가장 큰 과제는 내년 5~6월 미국에서 열리는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이다. 울산은 전북을 따돌리며 아시아에 4장 주어진 본선 티켓 중 한 장을 거머쥐었다. 조추첨 결과에 따라 울산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파우메이라스(브라질), 리버 플레이트(아르헨티나) 등 세계적인 명문 구단들과 붙게 되는 것이다. 총상금이 22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울산 입장에서도 최선을 다해 준비, 성적과 인지도 확대는 물론 거액의 상금도 챙길 수 있다.
울산 팬들은 김 감독 부임에 대해 본지 특종 보도 직후부터 열렬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홍 감독이 야반도주하듯 떠났는데, 축구 스타일도 다소 수비적이었던 만큼 김 감독 부임 뒤엔 클린스만호와 난타전 끝에 비겼던 것처럼 압박과 공격이 어우러지는 축구로 바뀔지 기대하는 눈치다.
게다가 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에서 행정을 할 정도로 축구 조직 미래 설계까지 능통하기 때문에 울산에서도 이런 능력을 발휘해 중고교팀과 2군, 1군 등이 원활하게 시스템화되는 것 아니냐는 희망을 팬들이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자신이 울산의 첫 우승 함께한 것을 기억하며 "당시 우승에 큰 기여를 못한 상황에서 이름을 올린지라 기쁨보다는 아쉬운 감정이 많이 남았는데 이를 고쳐 쓸 기회를 얻은 것 같다"며 친정팀 복귀의 감격을 우선 전했다.
이어 "K리그에서 처음 정식 감독 지휘봉을 잡는 순간이라 긴장되기도 또 기대되기도 한다. 먼 길을 돌아온 느낌도 있지만 그만큼 성숙한 경기력을 한국 축구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며 "울산의 목표는 가능한 많은 트로피를 확보하는 것으로 잘 알고 있다. 현재 K리그1 우승 경쟁 또한 첨예하고, 앞으로 진행될 코리아컵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엘리트) 일정도 빡빡해 선수들과 합심해 난관을 잘 이겨내는 것이 연말에 함께 웃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며 트로피에 대한 꿈을 노래했다.
그는 끝으로 "훌륭한 선수와 코칭스태프진이 있는 팀에서 쉽지 않은 도전을 성공으로 끝내는 것이 여기에 온 이유이자 목표"라고 했다.
김 감독은 29일 울산에 합류, 선수단을 본격적으로 지도한다. 8월5일엔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 1층 강당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진다.
울산 데뷔전은 8월10일 홈구장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대구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6라운드 경기다.
사진=울산 HD, 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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