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추행 가해자로 몰려 불명예 전역…배심원 만장일치 무죄

이찬규 2024. 7. 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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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해병대 제공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돼 한 계급 강등 처분을 받았던 해병대 병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3부(부장 오태환)는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지난 8일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모두 A씨에게 무죄로 평결한 데 따른 것이다.

A씨는 지난해 6월 해병대사령부 연평부대에서 후임 B씨에게 “자러 간다고 해놓고 왜 운동하냐? 선임 말이 X이지?”라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B씨의 성기를 튕기듯 때린 혐의를 받았다. B씨는 부대원들과 식당에서 대화하다가 자러 간다고 하고 밖에서 운동했다. B씨는 A씨가 질책하며 이같이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부대 내 성 고충 전문상담관에게 강제추행 피해를 보았다고 털어놨고, A씨와 B씨는 바로 다른 부대로 전출됐다.

A씨는 재판에서 “‘자러 간다고 해놓고 왜 운동하냐’는 취지의 말을 했지만 욕설을 하지 않았고, B씨 상체를 향해 딱밤 때리듯 손가락을 튕긴 건 사실이지만 손가락이 성기를 향하거나 닿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C씨도 “A씨가 B씨에게 욕설을 하는 것을 못 들었고, ‘왜 턱걸이를 하러 갔냐’고 말한 사실은 기억난다”며 “A씨 손가락이 B씨 성기에 닿는 것도 못 봤고, B씨가 움찔하거나 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지난해 12월 병장에서 상병으로 1계급 강등됐고, 휴가 제한 등 징계를 받았다. A씨는 “C씨가 해병대 징계위원회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법률 전문가 없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고 징계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강제 추행에 대한 증거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씨는 법정에 나와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B씨가 제기한 A씨의 다른 강제추행 혐의 사건을 경찰이 검찰에 넘기지 않은 점도 판결에 영향을 줬다. A씨는 지난해 7월 책상을 붙잡은 채 허리를 숙인 B씨를 뒤에서 추행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경찰은 폴리그래프 검사(거짓말 탐지기) 결과와 “혐의 사실을 본 적 없다”는 중대장 등 부대원의 증언을 바탕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A씨는 군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낼 계획이다. 차형진 온전 대표변호사는 “군 성범죄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를 위해 무고죄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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