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티메프 사태 직전…“숙박·여행 빼고 실태조사”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달 초부터 ‘이커머스 시장 실태조사’를 추진하며 숙박과 여행 분야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과 여행은 전통적 의미의 ‘쇼핑’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객 대부분이 인터넷을 활용해 숙박·여행 상품을 구입하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내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티메프 사태 직전인 지난 5일부터 이커머스 시장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지난 2월 발표한 올해 업무 추진계획에 따라 이커머스 분야 경쟁과 혁신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최근 티몬과 위메프를 포함한 38개 업체에 서면조사 설문 자료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쇼핑 분야에 한정했다. 그러면서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모바일 등 전자 매체를 활용해 재화·용역을 판매 또는 중계하는 사업을 쇼핑이라고 명시했다. 각 업체들이 중개 거래나 직매입 등의 방식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뿐 아니라 고객 지원, 결제와 지불, 배송과 멤버십 서비스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반면 공정위는 숙박과 여행, 배달과 음원 분야는 실태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공지를 내렸다. 해당 분야는 쇼핑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숙박과 여행도 쇼핑의 일부라는 반박도 제기된다. 국내 고객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항공권과 호텔 상품을 직접 예약·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티메프 정산 지연 국면에서 숙박·여행 상품 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크게 나타났다. 공교롭게 공정위가 실태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분야에서 고객 불만이 속출한 셈이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전자상거래법 등을 준용해 활용하고 있지만, 중개업체에 대한 책임소재는 명시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숙박·여행 상품의 거래나 정산 주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고객 피해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숙박·여행 상품의 경우 고객이 출발하는 날짜를 상품 구매 확정 날짜로 간주한다. 이에 여행사는 다음 달 정산 기한에 맞춰 이커머스 업체로부터 정산금을 받고 있다. 만약 소비자가 8월에 출발하는 패키지 상품을 3월에 결제했더라도, 여행사는 9월에 정산금을 받는다.

이 때문에 여행을 준비하던 고객들이 피해를 입었다. 아직 티몬이나 위메프에서 여행사로 돈이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여행사는 고객에게 직접 돈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그 이후 이커머스 업체로부터 환불을 받으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주요 여행사들은 지난 6월 출발 상품부터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숙박업체 관계자는 27일 “지금까지 약 20억원 정도 손실이 났지만 아직까지 티몬과 연락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숙박이나 여행을 둘러싼 이커머스의 복잡한 결제 구조 등이 소비자 혼란을 더 키웠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숙박이나 여행 상품도 쇼핑의 일부라고 인지하고, 보다 현실성있는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숙박, 여행도 이커머스 시장 안에서 구매하는 쇼핑으로 인지한다”면서 “단순 물품을 구매하는 부분만 쇼핑으로 제한해 조사하면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이커머스 시장 실태조사는 처음으로 진행하는 조사라 일단 범위를 좁힌 것”이라며 “추후 숙박·여행 상품으로 조사 범위를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명확한 조사 시점은 미지수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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