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피바다" 베네수엘라 28일 대선…좌파 포퓰리즘 향방은
베네수엘라에서 28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두고 전 세계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가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3선에 도전하는 니콜라스 마두로(62) 대통령은 “내가 대선에서 지면 피바다”라며 결과 불복을 준비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베네수엘라 대선결과는 이르면 오후 11시(한국시간 29일 정오) 전후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 여론조사 기관은 중도우파 ‘민주야권 연합’ 소속으로 외교관 출신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후보가 마두로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관건은 집권당이 대선 결과를 승복할 지 여부다. 마두로 대통령의 “피바다” 발언에 이어 집권여당 내 2인자인 통합사회주의당(PSUV) 소속 디오스다도 카베요(61) 전 국회의장도 미국 정부를 제국주의라고 지칭하며 “제국주의는 항상 쿠데타의 배후에 있다”고 언급했다.
대선을 앞두고 베네수엘라에선 야당 인사들 수백명이 구금된 상태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함을 사전에 갖다 놓은 정황이 발견돼 논란이 되고 있다. 다른 중남미 국가의 전직 대통령들이 공정선거 감시를 위해 베네수엘라행 비행기에 올라탔지만, 착륙허가를 받지 못해 결국 파나마 공화국에 착륙해야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인접국은 접경 지역 안보 태세를 강화했다.
베네수엘라는 독재자 우고 차베스가 1999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25년간 ‘차비스모(차베스주의)’ 아래 반미 좌파 포퓰리즘을 견지하고 있다. 차베스가 재임 중 사망하자 마두로 대통령이 2013년 권력을 승계했다. 이들 좌파 독재 기간 중 2918년 한 해에만 물가가 6만5000% 상승하는 등 상상을 초월한 경제난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베네수엘라 난민은 770만명에 달한다. 베네수엘라 전체 인구 2900만 중 인구의 26%가 고국을 떠나 떠돌고 있다는 얘기다. 베네수엘라 난민들이 미국 남부 국경으로 몰려들면서 미국 내에서도 골칫거리가 된지 오래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 세계 1위의 자원부국이지만, 대선 부정을 이유로 미국의 제재를 받아 석유 수출이 사실상 봉쇄돼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대선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대선 과정 전반을 지켜보면서 베네수엘라 제재 수위를 조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이란, 쿠바와 같은 마두로 대통령의 동맹국은 (미국과 달리)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며 “워싱턴은 베네수엘라 군부에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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