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핵심은 ‘큐텐테크놀로지’…티메프 휘어잡으려다 자충수

김철현 2024. 7. 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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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큐텐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해외 직구 플랫폼인 큐텐의 일부 판매자들 사이에서 정산 지연 문제가 불거졌다.

28일 큐텐테크놀로지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에서 올린 매출은 308억원이다.

대표도 큐텐테크놀로지에서 재무 정보를 공유해줘야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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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에서 시작된 문제 삽시간에 티메프로 번진 이유
국내 e커머스 인수하면서 IT·재무 핵심 한곳으로 모아
돈 챙기며 동시에 ‘티메파크’ 좌지우지

문제는 큐텐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해외 직구 플랫폼인 큐텐의 일부 판매자들 사이에서 정산 지연 문제가 불거졌다. 이 문제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돼 5월 이후엔 지연 정도가 심각해졌다. 불씨는 7월 초 위메프로 옮겨붙더니 곧바로 티몬으로 번졌다. 같은 큐텐의 계열사라지만 엄연히 별도 법인인 티몬까지 삽시간에 문제가 확산된 배경에 한 회사가 있다. 바로 큐텐테크놀로지다. 2010년 5월 설립된, 싱가포르의 큐텐 본사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IT 자회사다. 큐텐 플랫폼의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는 이 회사에서 티몬과 위메프의 기술은 물론 돈까지 모두 틀어쥐고 있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에서 시작된 정산 지연 사태가 티몬으로 확산되고 있다. 24일 서울 강남구 한 건물에 큐텐 안내판이 붙어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28일 큐텐테크놀로지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에서 올린 매출은 308억원이다. 전년에는 없던 거래가 큐텐이 2022년 티몬을, 이듬해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생겼다. 덕분에 매출은 2022년 210억원대에서 지난해 56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은 채 7억원도 안 됐는데 90억원에 육박할 정도가 됐다. 13배 이상 증가다. 2022년까지만 해도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107억원에 달했던 결손금은 39억원까지 줄였다.

눈에 띄는 것은 매출만이 아니다. 급여도 2.3배 늘었다. 그만큼 인원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현재 큐텐테크놀로지의 직원은 약 700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위메프의 급여 총액은 크게 줄었다. 큐텐이 국내 e커머스 플랫폼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플랫폼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는 IT 인력은 큐텐테크놀로지로 모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큐텐 플랫폼의 개발만을 맡았지만 각사의 IT 인력을 전입시키면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의 플랫폼 개발과 운영까지 도맡았다. 매출과 이익이 대폭 커진 이유다.

큐텐에 인수되면서 회사를 옮긴 인력은 IT 부문만이 아니다. 재무를 담당하는 인력도 모두 큐텐테크놀로지로 이동했다. 티몬과 위메프 재무 업무를 큐텐테크놀로지 소속 직원이 겸직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에는 사실상 재무 부서가 별도로 없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이에 대해 "위메프는 상품기획자(MD)와 마케팅만 자체 인력으로 운영하고, 재무 등 나머지는 큐텐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도 큐텐테크놀로지에서 재무 정보를 공유해줘야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e커머스 플랫폼 운영에 IT가 뼈대를 담당한다면 돈이 돌게 하는 재무는 핏줄의 역할을 한다. 뼈대와 핏줄을 빼내 큐텐테크놀로지에 두고 ‘티메파크’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큐텐테크놀로지는 김효종 대표가 이끌고 있다. G마켓 출신으로 구영배 대표와 20년 가까이 함께한 측근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까지 위메프의 공동대표였고 티몬의 감사를 맡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큐텐테크놀로지가 각 회사의 IT를 전담한 것은 효율화를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재무까지 한곳에 모아 맡은 것은 기형적인 운영이었다는 지적이다. 피인수 회사를 움켜쥐고 장악하려는 전략은 한 곳이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모두 넘어가게 되는 자충수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큐텐테크놀로지는 큐텐 산하 국내 e커머스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면서 거래 통로를 만들었다"며 "여기에 각 회사의 재무까지 모두 관장했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이번 정산 지연 사태의 핵심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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