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죄서' 일제 17가지 죄악상 열거

김삼웅 2024. 7. 2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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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의 인물열전 - 면암 최익현 평전 22] '일제의 반성이 없을 때 무력적인 대결이 불가피하다'

[김삼웅 기자]

 면암 최익현 영정(충남 청양군 소재 모덕사)
ⓒ 모덕사
 
면암은 국세가 날로 어려워져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의병에 나설 것을 작심하였다. 그리고 황실에 <창의토적소>를 올려 거사의 뜻을 밝히고, 일제에 대해 신의를 배반하는 죄악상을 열거하는 <문죄서(問罪書)>를 통감부에 발송했다.

<창의토적소>의 요지이다.

먼저 의기(義旗)를 세워 동지를 장려하게 한 다음 북으로 올라가서 편지를 띄워 이등박문·장곡천 호도 등 여러 왜놈을 불러 각국 공영사 및 우리 정부의 여러 신하와 동석한 가운데 크게 담판하여 작년 10월의 늑약을 철회시키고 각 부의 소위 고문관이라는 것을 없애고 또한 모든 우리의 국권을 침략하고 우리 민생을 박해하는 전후의 늑약을 만국의 공론에 회부하여, 버릴 것은 버리고 고칠 것은 고쳐서 반드시 국가로 하여금 자주권을 잃지 않게 하고, 민생으로 하여금 어육의 화를 면하게 하는 것이 신의 소원이오며 절대로 힘과 형세를 요량하지 않고 중민을 선동하여 강한 오랑캐와 더불어 하루 아침에 목숨을 다투자는 것이 아니다. 

만약 하늘이 벌준 것을 뉘우치지 아니하여 이 뜻을 완수하지 못하고 마침내 저놈들의 유린하는 화를 만나게 된다면 신을 달갑게 죽어 악귀가 되어서라도 기필코 원수인 오랑캐를 쓸어버릴 것이요, 그놈들과 함께 천지간에 살지는 않을 것이다.(<면암집>)

다음은 일본의 죄상을 열거하고 조선의 참상을 설명하면서, 일제의 반성이 없을 때 무력적인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문죄서>의 내용이다.

지난날 외치던 "조선국은 자주독립국가로 일본과 더불어 평등권을 보유한다"는 것이 오늘날 어찌하여 우리는 노예가 되었으며, 지난날 러국(러시아)과 서로 싸울 적에는 "한국의 토지와 독립과 주권을 공고하게 하자는 것이다"라 하였는데 지금에는 침해와 약탈만을 일삼아 우리 2천만 민족의 복수심을 불러 일으켜 모두 동쪽을 향해 앉지도 않게 만들었고 지난날에 체결된 조약을 절대 변경하지 않고 영원히 신봉하여 서로 평안할 것을 바탕으로 했는데 지금에는 조약을 변경하여 신봉하지 않고 서로 평안하지도 않으니 이는 하늘과 신명과 천하 만민을 속인 것이 아니냐.

면암은 이어서 열 여섯 가지의 죄악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였다. 

첫째, 갑신년(1884)에 죽첨진일랑이 황제를 협박하고 재상들을 죽였으며 
둘째, 갑오년(1894)에 대조규개의 난으로 궁궐을 태우고 재물을 약탈하고 제도와 문물을 폐기하였으며
셋째, 을미년(1895)에 삼포오루가 국모를 시해케 하여 천만고에 없는 대역죄를 범하였으며
넷째, 임권조 및 장곡천 호도가 협박과 약탈을 일삼고 철도·어장·산림·광산·항해 등의 이권을 빼앗았으며
다섯째, 군사상 필요하다는 명목 하에 토지를 강점하고 인민을 침해하고 묘지를 파내고 가옥을 파손하였으며 뇌물이 횡행하고
여섯째, 전쟁이 종결됐는데도 철도·토지를 환송치 않고
일곱째, 역적 이지용을 꼬여 의정서를 만들어 우리 국권을 줄게 하였으며
여덟째,제신들의 상소는 조선의 군주와 국가에 충성한 것인데 포박을 가하고 구금하여 충신의 입을 막고 공론을 억압하였고
아홉째, 일진회를 앞잡이로 삼아 선언서를 만들게 하고 보안회와 유약소를 치안상 방해라 하여 백방으로 탄압하였고 
열 째, 역부를 징집하여 혹사케 하고 우매한 백성을 꼬여 멕시코에 팔았으며 
열한째, 전신 우편을 강탈하고 통신기관을 장악하였으며
열둘째, 고문관을 두어 후대하고 군경에 대한 감액과 재정에 대해 약탈을 하였고
열셋째, 강제에 의한 차관과 화폐제도를 개악하여 재정을 강도질 하여 정혈을 빨아먹었고
열넷째, 이등박문·임권조·장곡천호도 등의 위협으로 조약을 체결하며 외교권을 빼앗고, 통감부를 두어 조선의 자주독립권을 상실케 하였으며
열다섯째, 처음에는 다만 외교를 감독한다 하더니 종국에는 정치·법률을 전관하고 소속 관리를 많이 두어 걸핏하면 공갈을 일삼으며
열여섯째, 이민 조례를 만들어 인종을 바꾸어 우리 백성으로 하여금 이땅에 하나도 남아있지 못하게 하고 있다.(<면암집>)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면암 최익현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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