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공제 5억으로…2자녀에 17억 아파트 물려줘도 상속세 ‘0’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7. 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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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세법 개정안]
다자녀 세금 부담 완화에 방점
자녀 많을수록 상속세 부담 줄어

정부가 지난 7월 25일 발표한 상속세 개편안의 핵심은 중산층 부담 완화와 다자녀 가구 우대다. 내년부터 자녀에게 물려주는 재산에 상속세를 매길 때 공제 금액이 대폭 늘어나 상속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최고세율도 10%포인트 낮춘다. 최고세율 조정은 25년, 상속세 공제 한도 개편은 9년 만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던 과표 30억원 초과분 구간은 사라진다. 10억원 초과분에는 기존처럼 40%의 세율이 적용된다. 현행 최저세율(10%)을 적용받는 구간은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올린다. 최고세율을 내리고 하위 과표 구간은 확대하는 방식으로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정훈 세제실장, 오른쪽은 박금철 조세총괄정책관. (연합뉴스)
자녀공제액 5000만원→5억원…“다자녀 가구 세부담 경감”
정부는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현재 상속세 공제는 일괄공제(5억원), 기초공제(2억원)와 자녀공제(5000만원) 같은 인적공제를 더한 것 중 높은 값을 적용한다. 여기에 5억~30억원인 배우자공제를 추가로 덧붙이는 식이다.

세법 개정으로 1인당 자녀공제가 일괄공제와 금액이 같아지면 아이가 한 명만 있어도 과세표준이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안대로 5억원으로 올릴 경우 자녀가 1명만 있어도 기초공제와 인적공제의 합계액이 7억원으로 일괄공제보다 많아지기 때문이다. 자녀가 많을수록 받을 수 있는 공제액도 커진다.

이와 별도로 받을 수 있는 배우자 공제는 현행(5억~30억원)을 유지한다. 배우자 공제는 법정상속지분 내 실제 상속분으로 최대 30억원을 받을 수 있어 중산층 대부분이 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점이 고려됐다.

상속세 조정 방안. (기획재정부)
예를 들어 시세가 25억원인 서울 아파트를 배우자와 2명의 자녀가 상속받을 경우 현재 기준으로는 4억4000만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25억원 중 5억원은 배우자에게, 20억원은 자녀 2명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현재는 배우자공제 5억원, 일괄공제 5억원을 제외한 15억원에 대해 상속세가 부과된다. 자녀공제가 1인당 5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녀 수에 따른 공제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개편안을 적용하면 상속세액이 1억7000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공제액만 따져도 기존 10억원에서 17억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초공제 2억원에 자녀공제 10억원, 여기에 배우자공제 5억원을 더한 것이다. 상속세 최저세율 구간이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높아진 것도 한몫한다. 만약 이 가구의 자녀가 3명이라면 상속세액은 4000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배우자·두 자녀에 17억 물려줘도 세금 0원
같은 방법을 적용한다면 평균적인 수준의 서울 아파트에 사는 4인 가구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6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2억9967만원이었다.

예를 들어 시세가 16억원인 아파트를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상속받을 경우엔 상속세가 기존 약 1억2000만원에서 0원으로 줄어든다.

개편안에는 상속·증여를 통한 세금 회피를 막는 방안을 보완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양도소득세 이월과세를 적용받는 자산에 양도일 전 1년 안에 증여받은 주식을 포함하기로 했다. 세법에서는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토지·건물이나 아파트 당첨권을 배우자나 부모, 자녀에게서 증여받아 10년 안에 양도하면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한다.

기획재정부는 또 납세 의무를 피하기 위해 피상속인이 보험에 가입하고 상속인이 보험금을 받는 경우 사망보험금을 상속 재산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부동산 연금화 촉진 세제도 첫발을 뗀다. 만약 소득 하위 70%인 만 65세 이상 노인이 주택·토지·건물을 팔고 이를 연금 계좌에 납입하면 이 부동산의 양도소득세액에서 연금 계좌 납입액의 10%를 세액공제해준다. 공제 한도는 1억원이다. 다만 양도 부동산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하고 양도 당시 1주택 혹은 무주택자여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8만3000명 경감 혜택·상속세 4조원 감소…유산취득세는 제외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약 8만3000명이 상속세 경감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과표가 30억원이 넘거나 자녀가 많을수록 세 부담이 크게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세수 감소 규모는 최고세율 인하로 1조8000억원, 자녀공제 확대로 1조7000억원, 과표 조정으로 5000억원 등 총 4조원 규모다.

한편, 이번 상속세 개편안에 유산취득세 전환은 제외됐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제도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상속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제도인데, 누진세 구조상 실제 상속받은 재산보다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져야 해 ‘응능부담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때부터 유산취득세 도입을 추진해왔으나, 올해도 세법 개정안에 담지 못했다.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유산취득세 전환은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 기준으로 돼 있는 각종 공제 제도를 포함해 상속세법 전반을 다시 써야 하는 방대한 작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사실상 상속세의 전면적인 개혁이다 보니 짚어봐야 할 부분이 많아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지 못했다”며 “유산취득세 도입은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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