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용재 오닐 “올해는 세종솔로이스츠 30주년, 제가 빠질 수 없죠”
올해 7회째인 도심형 여름음악축제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하 힉엣눙크)은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현악 오케스트라 세종솔로이스츠가 개최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츠는 강효 미국 줄리아드 음대 교수가 8개국 출신 11명의 제자를 중심으로 1994년 뉴욕에서 창설했다. 8월 16일부터 9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등에서 열리는 올해 힉엣눙크는 세종솔로이스츠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챈·프랭크 황·앤드류 완·다니엘 조,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 세종솔로이스츠를 거쳐 간 연주자들과 함께한다. 이번 내한 연주자들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비올리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리처드 용재 오닐의 이름이 눈에 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이번에 ‘순수한 서정성’(Pure Lyricism)을 주제로 한 8월 27일 공연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협연한다.
“세종솔로이스츠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쌓았어요. 덕분에 한국에도 처음 올 수 있었죠. 이곳에서 실내악뿐만 아니라 음악가에게 필요한 많은 것들을 익혔습니다. 세종솔로이스츠가 30년간 지속하면서 많은 음악가에게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6년간 세종솔로이스츠에서 비올라 수석과 독주자로 활동했던 용재 오닐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세종솔로이스츠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그래서 지금도 그립다”면서 “강효, 강경원 감독님은 커리어 초기의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다”고 추억했다.
용재 오닐의 경우 지난 2001년 세종솔로이스츠에 입단한 것이 그의 인생에 큰 행운을 가져다 줬다. 우선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명기인 1590년산 가스파로 다 살로를 대여받는 한편 강효 교수로부터 ‘용재(勇才)’라는 한국 이름을 얻었다. 특히 미국에 입양된 한국전쟁 고아의 외아들로서 어려운 환경을 딛고 뛰어난 기량의 비올리스트가 된 것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후 그는 앙상블 디토와 페스티벌 음악감독으로 국내에서 실내악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2020년 전 세계에서 지명도 높은 사중주단 중 하나인 타카치 콰르텟의 비올리스트로 합류했다.
그가 이번에 세종솔로이스츠와 협연하는 작품은 미국 작곡가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의 비올라 협주곡으로 아시아 초연이다. 그에게 2021년 그래미상 최고의 클래식 기악 독주 부문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다. 그는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던 테오파니디스가 이 작품의 1악장을 작곡할 때 9.11 테러가 발생했다. 나 역시 그 시기에 맨해튼에 살며 그 비극을 겪었다”면서 “이 곡은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표현한 듯한 작품이다. 이 곡을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다시 연주하는 것은 내게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음악을 통해 관객들과 깊이 연결되고, 그들이 내 연주를 통해 위로를 받는 순간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순간이 내게도 큰 위안이 된다”면서 “음악은 내게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살아나가는 도구였다. 음악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 과정에서 위로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그가 2000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데뷔한 지 25년째 되는 해다. 또한, 세종솔로이스츠를 통해 한국에 솔리스로 데뷔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는 “벌써 40대가 됐지만, 아직도 음악적으로 고민이 많다. 다만 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그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삶이 아름답고 괜찮은 거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하다”면서 “현재로서는 타카치 콰르텟의 연주에 더욱 집중하는 한편 솔리스트로서도 꾸준히 활동할 계획이다. 타카치 콰르텟은 올해 8월 에든버러 페스티벌 참여 등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공연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한국 데뷔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소속사 크레디아의 창사 30주년이어서 12월에 양인모, 문태국, 김한, 장유진 등의 연주자들과 함께 30주년 기념 실내악 공연 투어에 참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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