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로 잠기면 혈세 들여 또 복구, '파크골프장' 참극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 7월 초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로 사용이 어렵게 된 봉황천 파크골프장(금산군 제원면 수당리 986-1 일원). 기존에 조성한 18홀 구간인데 약 70% 정도가 심한 수해를 입었다. 금산군은 해당 18홀 피해지역에 대해서 오는 9월 열리는 장애인 체전을 위해 군 예산을 투입해 복구키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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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영상] 세금 21억 흘려보낸 충남 금산 파크골프장 상황 ⓒ 심규상 |
전국이 '파크골프장 붐'이다. 사단법인 파크골프장협회에 따르면 올 7월 현재 전국 파크골프장 수는 398곳이다. 총 홀수는 6500홀 이상으로 추정된다.
파크골프는 공원에서 치는 골프다. 잔디 위에서 공을 치는 골프와 비슷하지만, 공과 홀컵 크기가 커서 골프보다 치기 쉽고 비용이 저렴해 노년층에 인기가 높다.
파크골프장은 최소 9홀 1코스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에 필요한 최소 면적은 축구장(7140㎡)보다 큰 8250㎡(2495평)다. 처음 9홀 규모로 조성하기 시작했지만 근래 조성되는 파크골프장은 대부분 18홀, 27홀, 36홀짜리다. 충청남도가 청양군 남양면에 조성 중인 충남 도립파크골프장은 국내 최대 규모로 108홀( 23만2058㎡, 사업비 200억 원) 짜리다.
▲ 7월 초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로 사용이 어렵게 된 봉황천 파크골프장(금산군 제원면 수당리 986-1 일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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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초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로 사용이 어렵게 된 봉황천 파크골프장(금산군 제원면 수당리 986-1 일원). 기존에 조성한 18홀 구간인데 약 70% 정도가 심한 수해를 입었다. 금산군은 해당 18홀 피해지역에 대해서 오는 9월 열리는 장애인 체전을 위해 군 예산을 투입해 복구키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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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파크골프장이 경관 또는 땅값을 이유로 주로 강변이나 천변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남의 경우, 재작년 상반기 기준 30곳의 파크골프장이 있었지만 3개년 계획으로 올해까지 2배를 늘린 30곳을 추가 설치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충청남도와 시·군이 조성했거나 조성 중인 30곳을 확인한 결과, 부여 백마강 파크골프장, 예산 무한천 파크골프장 등 14곳(보령, 홍성, 청양, 논산, 서산, 아산)이 강변 또는 천변이었다.
이러다 보니 많은 비가 내릴 때마다 침수와 복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는 처음부터 침수와 복구를 예상하고 공사를 벌인다는 점에서 예산 낭비 사업으로 볼 수 있다.
▲ 기존 봉황천과 파크골프장 사이에 수 미터에 달하는 둑을 쌓았지만 7월 초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에 경계가 허물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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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초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로 사용이 어렵게 된 봉황천 파크골프장(금산군 제원면 수당리 986-1 일원). 사진은 기존에 조성한 18홀 구간인데 약 70% 정도가 심한 수해를 입었다. 금산군은 해당 18홀 피해지역에 대해서 오는 9월 열리는 장애인 체전을 위해 군 예산을 투입해 복구키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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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초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로 사용이 어렵게 된 금산 봉황천 파크골프장. 기존에 조성한 18홀 구간인데 잔디가 있던 곳이 기자의 장화가 파묻힐 정도로 뻘밭으로 변했다. 역한 냄새도 풍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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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달 초 내린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봉황천 파크골프장(금산군 제원면 수당리 986-1 일원). 사진은 올해 신규 조성한 36홀 중 9개홀의 모습이다. 금삼군은 올해 신규 조성한 36홀 중 9홀은 훼손이 심해 복구가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산군은 비교적 잔디 상태가 양호한 나머지 27홀은 예산 지원없이 금산군파크골프협회를 통해 자력 복구해 사용토록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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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봉황천 파크골프장의 경우 기존 18홀 파크골프장에 21억여 원을 들여 36홀을 증설했는데 준공 열흘 만에 개장도 하기 전 전체(54홀)가 물에 잠겼다. 지난해에는 성남 탄천 수내파크골프장, 강원도 횡성군 진천 둔치 파크골프장 등이 수해로 큰 피해를 당하고 거액을 들여 복구 공사를 벌였다.
천변을 골프장으로 바꾸다 보니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농약 사용과 공사를 위해 철새나 동식물을 밀어내고 강바닥을 무분별하게 준설하기 때문이다.
파크골프장을 짓기 위해서는 국가하천이 경우 하천법에 따라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환경부 소속 하천관리청의 하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를 못 받은 경우는 드물다. 논란이 된 금산 봉황천 파크골프장은 36홀을 추가 증설하면서도 지방하천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치 않고 12년 전(2012년)에 받은 하천점용 사용 문서를 근거로 공사를 벌였다.
오히려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은 한강유역환경청이 파크골프장 확충을 위한 점용 허가에 난색을 보이자, 허가를 촉구하기 위해 환경부장관을 공동 면담할 계획마저 세웠단다.
▲ 금산군은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비교적 잔디 상태가 양호한 신규 증설한 27홀 면적에 대해서는 예산 지원 없이 금산군파크골프협회를 통해 자체 복구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공공시설에 대한 복구를 금산군이 하지 않고 금산파크골프협회에 맡기는 것 자체가 이후 운영 권한에 대한 독점 권한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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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많다. 환경부가 지난해 6월 공개한 파크골프장 전수 조사 자료를 보면 국가하천 내 파크골프장 전체 88곳 중 56곳(64%)이 불법인 것으로 나타났다. 40곳은 하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고, 16곳은 불법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유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파크골프장은 대부분 세금을 들여 만든 공공시설인데 전국 곳곳에서 특정 단체가 독점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민원이 크게 늘었다.
충남 금산군은 이번에 수해를 입은 봉황천 파크골프장의 일부 면적을 금산파크골프협회에서 자체 복구하도록 했다.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금산군이 예산 낭비라며 파크골프장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금산파크골프협회에 일부 면적을 복구하게 하는 방법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에 대한 복구를 금산군이 하지 않고 금산파크골프협회에 맡기는 것 자체가 이후 운영 권한에 대한 독점 권한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천 둔치, 노는 땅 아닌 생태통로이자 홍수 때 물 흘러야 하는 곳
각 지역의 환경단체가 내놓은 천변 파크골프장 문제에 대한 처방전은 동일하다.
하천 둔치를 물이 흘러가도록, 야생동물이 서식하도록 그대로 두라는 요구다. 하천 둔치를 사람이 이용해야 하는 놀고 있는 땅으로 바라보지 말고, 야생동물의 서식처이고 생태통로이고 더 큰 홍수를 막기 위해 물이 흘러야 하는 곳으로 봐달라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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