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눈물 흘린 김우민 "부끄럽지만 메달 땄으니 괜찮아요" [파리 현장]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김우민(23·강원도청)이 한국 수영 역사상 두 번째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자신의 숙원이었던 올림픽 포디움에 오르며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공인받았다.
김우민은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 출전, 3분42초50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루카스 마르텐스(독일·3분41초68), 일라이자 위닝턴(호주·3분42초21)에 이은 결승 참가 선수 8명 중 3위에 오르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우민은 시상식을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준비했던 시간들이 굉장히 많이 생각난다. 감정이 북받치는데 이렇게 노력의 결실이 올림픽 메달로 이어져 정말 기쁘다"며 "내가 수영 종목 첫날 메달을 따서 대표팀의 다른 선수들도 충분히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우민은 이날 결승에서 1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2레인은 호주의 새뮤얼 쇼트, 3레인은 중국의 페이 리웨이, 4레인 독일 루카스 마르텐스, 5레인 브라질 코스타 길레르미, 6레인 호주 일라이저 위닝턴, 7레인 미국 애런 샤켈, 8레인 독일 올리버 켈멧이 위치했다.
김우민은 처음부터 마르텐스의 뒤를 이어 2위를 지키면서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예선을 전체 37명의 선수 중 7위로 마치면서 가까스로 8위까지 주어지는 결승행 티켓을 얻어냈기 때문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지만 스타트 반응 속도 0.62초를 기록하며 메달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우민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2위를 지키면서 초반 빠른 질주로 마르텐스와 함께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역영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우민은 100m 지점을 52초50, 150m 지점을 1분20초36, 200m 지점을 1분48초71에 턴을 하며 2위를 지켜낸 그는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예선에선 150m 이후 페이스가 주춤하면서 고전했지만 결승에서는 이 부분이 교훈이 된 듯 보였다. 50m 구간 기록을 28초대로 유지하면서 마르텐스를 뒤쫓고 다른 선수들의 추격을 뿌리쳤다.
김우민은 위닝턴에 따라잡혀 순위가 3위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쇼트, 코스타 등 다른 영자들을 제치고 3위로 마지막 터치 패드를 찍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탄생을 알렸다. 박태환이 2008 베이징 대회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과 자유형 200m 은메달, 2012 런던 대회 자유형 400m와 200m 은메달을 따낸 이후 12년 만에 쾌거를 이뤄냈다.
김우민은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 No.1' 수영 선수로 입지를 다졌다.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4초3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낸 게 시작이었다. 중국 수영의 에이스 판 잔러(3분48초81)를 4초 이상 앞지르는 기염을 토했다.
김우민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800m에서도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7분46초03으로 아시안게임 신기록, 한국 신기록을 한꺼번에 갈아치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종목만큼은 아시아권에서 적수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김우민은 남자 계영 800m에서도 황선우, 이호준, 양재훈 등 '황금세대'와 호흡을 맞춰 또 한 번 아시아 정상을 밟았다. 한국 수영 역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한국 수영 아시안게임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2월 12일 카타르 도하 세계수영선수권 경영 첫 날 자유형 400m 종목에서 '월드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3분42초71로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하고 금메달을 수확했다. 세계 정상에 우뚝 서며 '월드 클래스'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김우민은 수영 선수 커리어에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 메달까지 손에 넣었다. 파리에서 반드시 포디움에 오르겠다는 자신, 그리고 팬들과의 약속도 멋지게 지켰다.
김우민은 "파리 올림픽 시작 전부터 자유형 400m 예선이 고비가 될 것 같은 예상은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오전에 워낙 몸이 무거운 편이고 기록도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빠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게 (메달 획득을 위한) 절반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결승을 간당간당하게 올라간 부분들이 내게는 큰 자극이 돼서 마지막에 좋은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다"며 "(내가) 대한민국 수영의 (파리 올림픽)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고 생각한다. 28일 자유형 200m 예선을 치르는 황선우나 계영 800m에서도 좋은 결과와 기적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우민은 마지막 50m 구간에서 신체 능력의 한계를 느꼈던 부분도 털어놨다. 마르텐스와 격차를 뒤집지 못하고 위닝턴에게 역전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가진 힘을 모두 쏟아 냈기에 후회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우민은 "350m 턴을 하고난 이후 2~8레인 선수들을 봤을 때 '해볼 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지막 50m가 굉장히 힘들었다. 사지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지만 올림픽 메달을 위해서는 감당해야 하는 무게라고 생각했는데 잘 참고 이겨내서 동메달을 따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시상식 때 (포디움에) 올라가면서 '진짜 메달을 하나 걸고 올라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상식이 진행될 때 울컥하는 순간을 잘 참았다. 그런데 (믹스트존) 인터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려 부끄럽다. 그래도 메달을 따고 울어서 괜찮은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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