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새 연대체 발족... "윤 정부 퇴행적 영화정책 대응"
[성하훈 기자]
▲ 27일 오후 종로이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출범식 및 일일호프 |
ⓒ 성하훈 |
지난해 정부의 영화예산 삭감 등과 관련해 연대 활동을 시작했던 영화단체들이 한국영화 위기에 공동대처하기로 하면서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연대체를 발족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출범 일일호프는 새로운 연대기구의 출범을 알리면서 영화인들의 적극 동참을 요청하는 자리였다. 이에 부응하듯 늦은 저녁까지 이어진 일일호프 행사는 영화계 인사들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영화단체들이 새로운 연대체를 구성하게 된 것은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 영화정책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국내 개최 영화제와 지역영화 지원 예산삭감 등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 예산을 크게 줄인데 에 이어 지난 3월 발표된 영화관 입장권 부가금 폐지 방침은 영화계의 위기의식을 더 고조시켰다. 최근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나 영화기관의 주요 자리에 앉힌 결정 또한 영화인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을 중심으로 제기된 극장의 불공정한 정산 문제는 개별단체들의 일시적 대응보다는 상시적 대응의 필요성을 더욱 높였다. 사전활동에서 나타난 영화계의 관심 역시 연대체를 추동하게 했다.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한국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 7월 '극장 불공정 정산 문제 해결을 위한 영화인 성명'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부천영화제에서 열린 스크린독과점 토론회 등은 영화인들의 반향이 상당했다. 민감한 수익 배분 문제와 대기업 독과점 구조에 대한 영화인들의 반감이 다양하게 표출됐다. 이런 뜻이 모이면서 '영화인연대' 출범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참여단체는 16곳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지역영화네트워크,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등 창작과 평론에 지역단체들까지 가세했다.
▲ 27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출범식이 끝난 후 이어진 일일호프에서 출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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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출범 선언문을 통해 영화산업의 시장 양극화와 독립·예술영화의 총체적 어려움에 대해 "멀티플렉스 극장 3사는 지난 이십여 년간 독과점을 강화해 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주무 부처인 문체부와 영진위는 이런 산업의 폐해를 손 놓고 지켜보는 것을 넘어 오히려 영화예산을 삭감하고, 독립·예술영화와 영화제, 지역 영화를 위기로 내모는 참담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영화인들은 힘을 모아 위기의 원인을 찾고 대안을 만들어 실천하는 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독과점 폐해로 방치된 시장을 합리적이고 건강한 생태계로 회복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정책적 후퇴를 중지시키고 예산 복원과 대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힘을 합칠 것 ▲지역 영화를 활성화해 창작자와 관객이 균등한 문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 ▲표현의 자유와 영화인의 직업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 다할 것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해 앞장 설 것 등이다.
영화인연대는 또한 이번 출범이 1980년대 UIP 미국영화 직배반대 운동과 스크린쿼터사수 운동, 사전심의제 철폐뿐만 아니라 영화진흥공사를 민간자율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로 전환시켜 영화정책에 사회적·예술적·공공적 씨앗을 뿌린 일들의 연장선임을 강조했다.
1980년대 본격적으로 태동한 한국 영화운동이 적극적인 연대 활동을 통해 온갖 규제와 불합리를 개선하고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단초가 된 역사를 되새긴 것이다. 1980년대 미국영화 직배반대 투쟁 당시 가장 앞에 섰던 정지영 감독도 이날 출범식부터 자리해 후배 영화인들을 격려하면서 적극적인 동참과 연대를 다짐했다.
한상준 영진위원장은 이날 늦게 일일호프를 찾아 "지금 우리 영화환경이 어렵고, 주변에서 만나는 분마다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저도 제 위치에서 할 일을 열심히 하겠고, 모두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한국영화가 다시 선순환된 구조를 통해 확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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