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남긴 땅, 최근 거래 없다면?…법원 "국세청 감정 정당"
A씨는 2021년 5월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서울 서초구의 부동산을 상속받았다. 잠원동에 있는 131평(433㎡)짜리 땅과 건물, 225평(743㎡) 규모의 땅이었다.
상속세를 내려고 하니 이 부동산은 비슷한 최근 거래 내역이 없어 감정가액을 정하기 어려웠다. A씨는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한 ‘보충적 평가방법’을 따르기로 했다. 이에 따라 A씨는 부동산 감정가액을 약 141억원으로 평가한 뒤 상속세 98억원을 납부했다.
이듬해 10월, A씨에게는 두 번째 고지서가 날아왔다. A씨의 부동산을 조사한 서울지방국세청이 총 4개 감정기관(A씨 의뢰 2곳 포함)이 평가한 감정가액 평균인 332억원을 시가로 봐야 한다고 고지한 것이다. 세무서는 상속세 약 97억원을 더 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반발한 A씨는 상속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세무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만일 이같은 과세가 받아들여진다면 세무당국이 사후적·임의적으로 시가를 조정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지게 된다고 항변했다. 또 이 과세가 인정된다면 근거 법률은 조세평등주의에 반하는 위헌·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나진이)는 A씨가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 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은 “재산의 가액은 시가(時價)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시가’란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간의 매매가 등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시가를 알 수 없을 때는 2개 이상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의 평균을 시가로 삼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같은 법에 비춰 법원은 국세청의 감정 의뢰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부동산과 같은 고가의 건물과 토지는 유사 매매사례가 많지 않아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며 감정가를 시가로 인정하는 게 시가주의 원칙에 맞는다고 봤다.
또 세무서가 올바로 세금을 매기기 위해 감정을 의뢰한 것 역시 정당한 권한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신고는 조사 결정을 위한 협력 의무에 불과하며, 과세관청이 세액을 결정할 때 조세채무가 확정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법률상 감정 의뢰 주체가 ‘납세 의무자’ 등으로 제한돼 있지 않다며 국세청이 감정을 의뢰한 것 또한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과세가 조세평등주의에 반한다는 A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부분 납세의무자들이 공시가격으로 고가 부동산을 평가해 상속세를 신고하고 있는데,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아 그 객관적 교환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일부 고가 부동산 대상으로 감정을 실시하는 게 이유 없는 차별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세청이 2020년 이미 고가 부동산에 대해서는 감정평가를 하겠다고 예고한 점도 짚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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