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이다"…세상 떠난 김민기의 흔적, 울릉도에도 있었다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지난 22일 세상을 떠난 고(故) 김민기 학전 대표가 만든 '내 나라내 겨레' 가사 일부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나자 '내 나라내 겨레' 노랫말이 적힌 노래비도 주목을 받고 있다.
‘내 나라 내 겨레’ 새겨진 노래비
27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김민기 노래비는 경북 울릉군 안용복기념관에 있다. 2020년 8월 8일 ‘섬의 날’을 맞아 경북도와 울릉군이 세웠다.
‘내 나라 내 겨레’ 가사는 ‘보라 동해의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훤히 비치나 눈부신 선조의 얼 속에 고요히 기다려온 우리 민족 앞에... (중략)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등이다. 젊은이들의 맥박을 힘차게 뛰게 한 노래라는 평가를 받는 이곡은 김 전 대표가 작사하고 가수 송창식씨가 작곡했다.
당시 고인은 기념비 설치 장소로 독도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을 원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노래비는 안용복기념관 앞마당에 세웠다. 이곳에서는 맑은 날이면 독도가 맨눈으로 관측된다.
“음악 울릉·독도 위해 쓰여 영광”
하지만 노래비 제막식 당일, 폭우가 내려 김민기 대표는 울릉도에 입도하지 못했다. 노래비 설치를 주도했던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당시 경북도 환동해본부장)은 그 후 대학로 학전으로 찾아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감사패를 김민기 대표에게 전달했다.
김남일 사장은 “그가 남긴 음악과 메시지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울림을 주기를 바란다”며 “고인이 사랑한 자연과 음악의 혼이 깃든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그를 추모하는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인은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68년 서울대 미대에 입학한 후 동창생인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와 함께 포크 밴드 ‘도비두’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1970년 가수 양희은을 만나면서 시대를 바꾼 노래 ‘아침이슬’이 탄생했다. 1971년 발매한 정규 1집 ‘김민기’에도 수록됐다.
군사정권 저항정신 담긴 활동들
‘아침이슬’에 이어 ‘꽃 피우는 아이’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 고인이 쓴 노래 대부분은 ‘운동권 가요’로 불리며 금지곡으로 지정됐다가 1987년 6·10 민주항쟁 이후 해금됐다. 1984년에는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을 결성해 프로젝트 음반을 발매했다.
1990년대에는 극단 학전을 창단해 학전블루(2024년 폐관)와 학전그린(2013년 폐관) 소극장을 운영해 왔다. 특히 소극장 학전에서 1994년 초연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지난해까지 8000회 이상 공연을 올리며 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학전은 지난 3월 만성적인 재정난과 그의 건강 문제 등으로 33년 만에 폐업했다.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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