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오상욱, 대한민국 '첫 금메달' 쾌거+그랜드슬램 역사…남자 사브르 개인전 우승 [파리 현장]

김지수 기자 2024. 7. 2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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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욱이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북아프리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와 격돌, 초반에 일방적으로 앞서나간 끝에 15-11로 이기고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오상욱은 2019년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우승,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에 이어 이번 올림픽 제패까지 해내며 펜싱 개인전 그랜드슬램 쾌거를 일궈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파리, 김지수 기자) 오상욱이 해냈다. 한국 펜싱이 2012 런던 올림픽부터 4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한국 선수단에서 큰 선물이 됐다. 첫 날 사격 10m 공기소총 혼성 단체 박하준-금지현 조의 은메달,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김우민의 동메달에 이어 오상욱이 금메달로 2024 파리 하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첫 날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한국 남자 펜싱 에이스다운 몸 짓이었다. 오상욱은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북아프리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와 격돌, 초반에 일방적으로 앞서나간 끝에 15-11로 이겼다. 1997년생으로 오른손을 쓰는 오상욱은 국제펜싱연맹(FIE) 세계랭킹 4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 1위 지아드 엘시시(이집트)가 준결승에서 페르자니에 패하고, 2위 산드로 바자제(조지아)가 16강에서, 3위 엘리 더시위츠(미국)이 32강에서 무릎을 꿇는 등 이변이 속출했지만 오상욱 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변이 쏟아지는 가운데 차근차근 상대 선수들을 물리쳤고 마침내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시상대 맨 위에 서게 됐다.

오상욱은 이날 우승으로 생애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품었다. 그는 3년 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때 남자 사브르 단체 금메달을 거머쥔 적이 있다. 구본길, 김준호, 김정환과 함께 팀을 이뤄 이집트,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펜싱 강국들을 물리치고 우승했고 오상욱도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이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북아프리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와 격돌, 초반에 일방적으로 앞서나간 끝에 15-11로 이기고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오상욱은 2019년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우승,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에 이어 이번 올림픽 제패까지 해내며 펜싱 개인전 그랜드슬램 쾌거를 일궈냈다. 연합뉴스

이어 이번 대회에선 개인전 금메달까지 손에 쥐면서 세계 최고의 남자 사브르 펜서임을 입증했다. 오상욱은 도쿄 올림픽 땐 8강에서 바자제에 13-15로 패하면서 메달까지 1~2걸음 남겨두고 좌절했는데 당시의 아쉬움까지 이날 금메달로 말끔하게 풀었다.

오상욱은 아울러 이번 대회 금메달로 '펜싱 그랜드슬램' 달성하는 역사까지 썼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등 다른 메이저대회에서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을 이미 따냈고, 올림픽 우승으로 마지막 점을 찍었다.

2014년 12월 '한국 사브르 최초의 고교생 국가대표'로 등장한 오상욱은 국제대회 데뷔전인 2015년 2월 이탈리아 파도바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어 단체전에서 국가대표로 금빛 메달을 속속 수집하더니 2019년 6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최강 한국 남자 사브르의 새로운 에이스로 두각을 나타냈다.

오상욱은 한 달 뒤 열린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루카 쿠라톨리(이탈리아), 안드라스 자트마리(헝가리) 등 유럽의 강자들을 연파하며 '월드 챔피언'에 등극했다.

오상욱이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북아프리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와 격돌, 초반에 일방적으로 앞서나간 끝에 15-11로 이기고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오상욱은 2019년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우승,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에 이어 이번 올림픽 제패까지 해내며 펜싱 개인전 그랜드슬램 쾌거를 일궈냈다. 연합뉴스

이어 지난해 가을 열린 항저우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까지 획득했다. 결승에서 대선배 구본길과 격돌해 15-7,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고 그랜드슬램에 필요한 3번째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펜싱 종주국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린 역사적인 장소 그랑 팔레에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라는 숙원을 이뤄냈다.

오상욱은 이날 첫 경기인 32강전에서 에반 지로(니제르)를 15-8, 16강전에서 같은 아시아 국가 이란의 복병 알리 파크다만을 15-10으로 제압했다. 8강에선 캐나다의 파레스 아르파를 15-13으로 따돌리며 순항했다.

이날 오상욱의 금메달 여정 최대 고비는 도쿄 올림픽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루이지 사멜레(이탈리아)와의 준결승이었다. 초반에 연속 실점하며 0-3으로 끌려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상욱은 상대 템포를 빼앗는 공격이 살아나면서 대반격에 나섰다. 1피리어드를 마쳤을 땐 8-4 더블 스코어로 앞서면서 승기를 잡았다. 이후 7점을 더 따내며 15점을 채우는 동안 사멜레는 한 점만 올리는 것에 그쳤다. 15-5, 압도적인 실력으로 사멜레를 완파하며 결승 무대에 올랐다.

오상욱이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북아프리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와 격돌, 초반에 일방적으로 앞서나간 끝에 15-11로 이기고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오상욱은 2019년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우승,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에 이어 이번 올림픽 제패까지 해내며 펜싱 개인전 그랜드슬램 쾌거를 일궈냈다. 연합뉴스

결승전을 다소 싱거웠다. 32강전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 맏형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을 제압한 페르자니는 준결승에선 세계 1위 엘시시를 잡아 기세가 오를대로 오른 상황이었다. 게다가 오상욱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2승1패로 앞서고 있어 만만치 않은 한판 승부가 예고됐다.

하지만 오상욱의 빠른 발과 민첩한 몸놀림에 페르자니는 와르르 무너졌다. 초반 2득점을 따낸 오상욱은 이후 상대에 실점하며 3-3 동점까지 허용했으나 준결승처럼 중반 접어들면서 연속득점하며 순식간에 8-4로 달아나고 1피리어드를 마쳤다.

2피리어드에서도 오상욱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 직전까지 다가섰다. 페르자니의 칼에 발이 찔리는 작은 부상을 당하면서도 굴하지 않았다. 페르자니가 경기 도중 넘어지는 불상사에도 오히려 그를 일으켜 세우며 선의의 플레이를 다짐했다. 14-6까지 훌쩍 달아나 금메달 포인트를 찍은 오상욱은 이후 5점을 연달아 내주며 페르자니의 기를 살짝 살려줬으나 오상욱이 역전패하기엔 점수 차가 너무 컸다.

펜싱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기어코 해냈다.

오상욱은 단체전에선 이미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상황이다. 19살이던 2016년 중국 우시 아시아선수권에서 대표팀 멤버들과 우승을 합작한 이듬해인 2017년엔 라이프치히 세계선수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이란을 누르며 금메달을 동료들과 합작했다. 이어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45-26으로 대파할 때 주역이었다.

오상욱이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북아프리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와 격돌, 초반에 일방적으로 앞서나간 끝에 15-11로 이기고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오상욱은 2019년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우승,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에 이어 이번 올림픽 제패까지 해내며 펜싱 개인전 그랜드슬램 쾌거를 일궈냈다. 연합뉴스

입상 경력만 보면 탄탄대로를 걸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 앞두고 슬럼프에 빠졌던 터라 이번 파리 올림픽 금메달이 더욱 빛난다.

오상욱은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대회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앞서 열린 이 대회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는 등 초강세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2019년에 우승했고,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하다가 지난해 열렸던 대회에서 다시 우승했다. 올해는 파리 올림픽 앞두고 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여서 오상욱의 정상 등극에 많은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오상욱은 8강에서 당시 세계랭킹 78위에 불과했던 필리프 돌레지비치에게 12-15로 져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특히 탈락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 연습할 때 잘되지 않았다. 운동할 때 조금 소홀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펜싱 위주로 훈련했다면 성과가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돌아봤다.

올해 들어 손목을 다쳐 한동안 자리를 비운 오상욱은 부상 부위를 자주 만지는 등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대회 직후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 월드컵에서는 아예 개인전 16강에서 떨어졌다.

절치부심한 그는 다시 연습에 매진했고 지난달 열린 아시아선수권을 통해 다시 부활했다.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우승하며 한국 펜싱의 '에이스'가 돌아왔음을 알린 것이다.

오상욱이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북아프리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와 격돌, 초반에 일방적으로 앞서나간 끝에 15-11로 이기고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오상욱은 2019년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우승,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에 이어 이번 올림픽 제패까지 해내며 펜싱 개인전 그랜드슬램 쾌거를 일궈냈다. 연합뉴스

원우영 대표팀 코치 주도 아래 우직하게 실시한 고된 체력 훈련이 끝나고 기술 등을 가다듬으면서 올림픽이 가까워질수록 몸 상태와 경기력이 올라왔다. 파리 올림픽에서 번쩍이는 금메달을 마침내 따냈다.

오상욱의 금메달로 한국 펜싱은 올림픽 4회 연속 금메달 획득의 쾌거를 일궈내고 21세기 한국 스포츠의 효자 종목임을 확실히 알렸다.

지난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가 남자 플뢰레에서 우승, 불모지 한국 펜싱에 기적 같은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했고, 12년 뒤인 2012 런던 올림픽에선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김지연이 여자 선수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같은 대회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구본길, 원우영, 김정환, 오은석이 한국 펜싱사 첫 단체전 금메달 획득을 해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선 남자 에페 박상영이 결승에서 10-14로 뒤져 패색이 짙은 상황임에도 '할 수 있다'는 외친 끝에 기적 같은 15-14 대역전극을 만들고 시상대 맨 위에 올라 한국 펜싱의 상승세가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선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금메달 맥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오상욱이 해냈다.

오상욱이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북아프리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와 격돌, 초반에 일방적으로 앞서나간 끝에 15-11로 이기고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오상욱은 2019년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우승,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에 이어 이번 올림픽 제패까지 해내며 펜싱 개인전 그랜드슬램 쾌거를 일궈냈다. 연합뉴스

오상욱은 한국 펜싱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한편, 오상욱과 함께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한 박상원은 16강에서 선전펑(중국)에 11-15로 져 탈락했다. 생애 마지막 무대에 나선 구본길은 32강에서 페르자니에 8-15로 지면서 올림픽 개인전과 작별을 고했다.

같은 날 열린 여자 에페에선 강영미, 이혜인이 32강 탈락한 가운데 에이스 송세라도 16강에서 에즈터 무하리(헝가리)에 6-15로 크게 지고 8강행에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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