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日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후속조치 진정성 보여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7일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과 관련해 일본의 "진정성 있는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일본이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전례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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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로 해결하려 끈질긴 노력"
조 장관은 이날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마무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약속 이행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이미 현장에 설치한 전시물은 물론 추도식 등 관련 후속 조치 이행에서도 우리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한 배경과 관련해선 "정부가 2015년 교훈을 토대로 일본과 대결보다는 상호 합의에 의한 문제 해결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2015년 군함도 등재 당시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에는 '말보다는 행동', 그리고 '행동의 담보'에 방점을 찍었다는 의미다.
조 장관은 또 "향후 한·일 간 어떤 어려운 문제가 있더라도 지혜를 모아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관계 개선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6차 유네스코 전체회의에서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한국을 포함한 위원국 21개국이 모두 찬성해 컨센서스(전원 합의)를 이룬 결과였다. 일본은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따라 사도광산 인근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강제노역 관련 전시물을 설치했고 매년 추도식을 열기로 했다.
이날 등재 직후 외교부는 "정부는 '전체 역사'를 사도광산 '현장에' 반영하라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권고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일본이 성실히 이행할 것, 또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전제로 등재 결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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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 반영이 목표"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조건 일본이 실패하도록 등재를 반대하는 건 우리의 목표가 아니었다"며 "과거의 그림자와 아픈 역사까지 정확히 기록되고 반영되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협상 전력을 이행 조치 확보에 투입했다"며 "또 하나의 결과물 주머니에 챙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도광산 합의도 결국 기록으로 남고 그게 일본을 묶어놓는 효과(lock-in effect)를 지닌다"면서다.
다만 일본 측은 이날 사도광산 등재 당시 2015년 군함도 등재 때 밝혔던 "조선인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against their will)' 동원돼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했다"는 언급을 별도로 하지 않았다. 대신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할 것(bearing in mind)"이라고만 밝혔다. 일각에서 일본 측이 2015년과 달리 이번에는 강제 노역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되풀이해서 표현만 안 했을 뿐이지 ('명심'이라는 표현에) 과거 약속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라며 "표현을 갖고 협상력을 허비하기보다는 그건(강제 노역 인정) 이미 우리가 챙겨 놓은 것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컨펌(confirm·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고 더 나은 이행 조치를 챙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일본이 2015년 군함도에 이어 이번 사도광산에 관해서도 등재 당시 약속했던 후속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평판에 금이 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정부는 사도광산은 사도광산대로, 근대 산업시설 유산(군함도 등)은 그것대로 일본에 후속 조치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엔티안=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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