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PLUS] 두 번째 올림픽 끝낸 여자 복싱 오연지 "내 자신과의 싸움 했다"
한국 여자 복싱 간판 오연지(34·울산광역시체육회)의 두 번째 올림픽이 아쉬움 속에서 끝났다.
오연지는 27일(한국시간) 프랑스 아레나 파리 노르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0㎏급 32강전에서 우스이(대만)에게 0-5 판정패를 당했다.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오연지는 이번에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이미 두 차례(1승 1패) 겨뤄 본 두 선수는 서로를 잘 알았다. 오연지보다 키가 크고 리치가 긴 우스이는 아웃복싱을 펼쳤다. 정통파인 오연지는 거리를 두는 상대를 향해 접근전을 펼쳤다. 그러나 상대가 잘 피해 오히려 점수를 잃었다. 5명의 심판 모두 1라운드에서 우스이의 우세를 매겼다. 그러나 2라운드에선 오연지의 공세가 어느 정도 통하면서 2명의 심판이 오연지의 우세로 채점했다. 하지만 심판들은 3라운드에서 물러서면서 반격한 우스이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줬다.
오연지는 한국 여자 복싱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체전에서 무려 11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국내 최강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여자 복싱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인 첫 메달을 따냈고, 지난해에는 두 번째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오연지와 올림픽의 인연은 이번에도 이어지지 않았다. 오연지는 "그냥 끝났다는 생각이다. 경기를 어떻게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 때도 첫 판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사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내 나름의 경기를 한 부분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은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하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이 열린 아레나 파리 노르는 경기 내내 뜨거운 함성과 흥겨운 움악 속에 진행됐다. 오연지는 "즐기려고 했다. 관중들이 환호도 해줘서 경기를 치렀다는 건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사에서 복싱은 특별한 종목이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한수안이 동메달을 따냈고, 1984년 LA 올림픽에선 신준섭이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금까지 따낸 메달은 18개(금3, 은6, 동9). 하지만 2012 런던 올림픽 한순철(은메달) 이후 메달의 맥이 끊겼다. 여자 복싱은 2012년 정식종목이 된 뒤 오연지와 임애지가 도쿄에서 최초로 출전했으나 아직 메달은 수확하지 못했다.
한국 복싱은 계속해서 쇠퇴해 이제는 출전권을 따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오연지는 두 차례 예선을 거친 끝에 힘겹게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남자 선수는 1명도 나오지 못했고, 오연지와 임애지(25) 2명의 여자 선수만 출전했다.
오연지는 "여자 복싱 간판이라면 기대에 부응해야 했는데, 아쉽다. 제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면서도 "두 번 출전했다는 건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라고 했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질문에 "나는 복싱을 주목받으려고 하진 않았다. 내 자신과의 싸움이고, 극복하려 했다"고 말했다.
한국 복싱 대표팀은 임애지에게 마지막 기대를 건다. 1회전에서 부전승을 거둔 임애지는 오는 30일 타티아나 레지나 지 헤수스 샤가스(브라질)과 16강전에서 맞붙는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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