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2차관·이기흥 회장, 바흐 IOC 위원장 못 만난다…‘프로토콜’ 이유 면담 취소 [2024 파리]
김명석 2024. 7. 27. 23:01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북한으로 소개된 황당한 사고와 관련, 당초 예정됐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면담이 취소됐다.
장미란 제2차관은 27일 오후 2시 30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메인프레스센터(MPC)를 찾아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수장들(윤석열 대통령-바흐 위원장) 간 대화가 마무리된 만큼, 또 다른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는다는 IOC의 프로토콜을 이유로 예정됐던 면담이 취소됐다는 이야기를 방금 들었다”고 밝혔다.
장미란 차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직후만 하더라도 “오후 5시 30분에 예정됐던 면담에 변동 사항이 생겼다고만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는데, 취재진과 간담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IOC의 프로토콜을 이유로 면담이 아예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고 “프로토콜이라고 하니까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이로써 지난 올림픽 개회식에서 발생한 황당한 사고는 바흐 IOC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하는 절차로 사실상 일단락됐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이날 바흐 위원장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어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IOC, 2024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방송 관계자 등 모든 올림픽 관계자를 대신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대통령께서 사과를 받아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모국인 독일도 역사적으로 분단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했다. 통화 자리에는 이기흥 체육회장 겸 IOC 위원과 김종훈 대한체육회 명예대사, 에티엔느 토부아 2024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CEO, 이아니스 쟈쇼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s·IOC 방송사) CEO가 참석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동하계올림픽과 축구 월드컵 등을 개최한 나라로서, 국민들이 이번 일에 많이 놀라고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IOC 측에서 언론에 적절한 해명을 해주고 SNS와 미디어를 통한 시정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고 체육회는 전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바흐 위원장의 사과뿐만 아니라 장미란 차관·이기흥 회장과 바흐 IOC 위원장 간 면담도 예정돼 있었다. 실제 현지시간으로 27일 오후 5시 30분(한국시간 28일 0시 30분) 파리 모처에서 면담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바흐 위원장뿐만 아니라 에스탕게 파리올림픽조직위원장, 그리고 이번 논란의 책임이 있는 OBS 관계자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바흐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사과를 하면서 예정됐던 면담 일정도 취소됐다. 바흐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한 만큼, 관련된 추가 면담을 진행하지는 않는다는 IOC의 프로토콜 차원에서 취소된 것이라는 게 장 차관이 전달받은 내용이다. 장미란 차관은 “이번 논란 이외에도 (바흐 위원장과 면담에서) 또 다른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당연히 면담하고, 또 요청드리고 싶은 내용들이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대한민국 선수단이 소개될 때 장내 아나운서가 북한의 프랑스명과 영어명을 두 차례나 설명해 큰 논란이 됐다. 안내화면에는 Republic of KOREA로 정상 송출됐지만, 아나운서는 프랑스어로 ‘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 영어로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소개했다. 한국 선수단이 입장하는 과정에 두 차례나 북한으로 소개한 것이다.
논란을 인지한 대한민국 선수단은 파리조직위원회 NOC 담당자에게 문제를 제기했고, 공식 항의 관련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IOC로부터 방송 송출 오류의 책임이 IOC의 방송사인 OBS에 있음이 확인됐다. 대한민국 선수단장 명의로 파리조직위원장과 IOC 사무총장에게 공식 항의 서한을 발송했고, 장미란 차관이 직접 바흐 위원장과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바흐 위원장이 직접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의사가 IOC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됐다. 자연스레 바흐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간 통화 이후 IOC의 공식 사과, 바흐 위원장과 장미란 2차관·이기흥 회장 면담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으나, 바흐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간 통화를 끝으로 상황에 마침표가 찍히게 됐다. 장미란 2차관은 "그래도 IOC 위원장이 상황이 발생된 뒤 대통령께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하는 것들은 그 자체로도 진정성이 있다고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파리(프랑스)=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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