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러 외교수장 만나 '북·러 협력' 지적…러시아는 적반하장

박현주 2024. 7. 27. 19: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났다. 조 장관은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전달한 반면 라브로프 장관은 한·미가 최근 북핵에 대응한 '공동 지침'을 마련한 데 대해 반발했다.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2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러 외교장관 약식 회동'에서 세르게이 빅토르비치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대화를 하는 모습. 외교부.


"북·러 군사 협력 엄중 입장 전달"


27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약식 회동했다. 두 장관의 회동은 이날 연달아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사이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외교부는 이날 회동에서 "조 장관이 최근 북·러 군사 협력 강화 등에 대한 한국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회동에 앞서 열린 EAS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라브로프 장관을 비롯한 각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통해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한반도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한·미 핵 계획 우려스러워"


반면 라브로프 장관은 북·러 협력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적반하장격으로 최근 한·미 확장억제 강화 움직임을 걸고 넘어졌다고 한다. 그는 이날 비엔티안에서 자국 관영 매체를 만나서도 "조 장관이 먼저 회담을 요청했다"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최근 한·미 간 '공동 핵 계획' 합의가 우려스럽다"며 "아직 이 합의가 무슨 뜻인지 설명조차 듣지 못했지만 의심할 것 없이 추가적으로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약식 회동하는 모습. 외교부.


이어 그는 "조 장관에게 한국이 점점 더 (미국에) 끌려가는 데 대한 우리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며 "이는 북한을 고립시키고 처벌하려는 미국의 한반도 책략 탓"이라고 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이날 문제 삼은 한·미 간 '공동 핵 계획'은 앞서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핵 협의 그룹(NCG) 공동지침 문서(가이드라인)다. 기밀로 구체적 내용이 전부 공개되진 않았지만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와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더한 통합 가이드라인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미국의 핵 자산에 한반도 임무를 특별 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대북 군사 협력을 노골적으로 지속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해명은 없이 비확산 체제 내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한·미의 일체형 확장억제 시스템만 일방적으로 매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


이날 한·러 외교장관이 비록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평행선을 달렸지만 회동이 성사된 것 자체가 양국의 관계 관리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조 장관은 지난 2월 취임한 후 5개월이 흐르도록 라브로프 장관과 대면은 물론 통화조차 따로 할 기회가 없었다.


아세안도 CVID 촉구


이런 가운데 이날 아세안 회원국 외교장관도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비롯한 시험 발사 급증에 대해 '엄중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는 역내 평화·안정을 위협하는 우려스러운 전개"(worrisome development)라면서다. 또 북한이 극렬히 거부하는 한반도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원칙도 공동성명에 담겼다.

앞서 아세안 국가들은 지난해 ARF 때도 북한이 회의 기간 중 ICBM을 쏘며 찬물을 끼얹자 "깊이 경악(dismayed)한다",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 등 수위 높은 표현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27일(현지시간) 공개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 공동성명. 지난 25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막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도출됐다. 성명 문구 강조는 기자가 표시. 외교부.


"회원국, 북핵 맞서 단합해야"


한편 이날 오전 개최된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조 장관은 "북·러 군사 협력이 한반도와 역내 불안정을 야기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회원국이 북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하고 단합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 5월 4년여 만에 서울에서 재개된 한·일·중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3국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3국 협력이 아세안+3 협력을 촉진하는 근간"이라면서다.

이에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도 "국제 형세가 복잡하게 변화하고 동북아의 미래가 도전에 직면해 있는 시점이지만 여전히 협력의 기회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도 "경제·금융 협력, 지속가능한 사회, 평화·안정·안보 등 3개 분야에서 아세안+3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왼쪽),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가운데),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27일(현지시간) 오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ASEAN)+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나란히 자리한 모습. 공동취재단. 뉴스1.

비엔티안=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