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거인'... 다시 가을야구와 멀어지나

이준목 2024. 7. 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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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올스타 휴식기 후 4승 10패로 10개 구단중 최다 패전 기록

[이준목 기자]

 7월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롯데자이언츠 경기에서 롯데 투수 김원중이 역투하고 있다.
ⓒ 롯데자이언츠
 
거인군단이 올해도 점점 가을야구와 멀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7월 2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2-9로 완패하며 5연패 수렁에 빠졌다.

롯데는 시즌 39승 3무 52패 승률 .429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 우천 취소로 경기가 없었던 한화 이글스(40승 2무 53패, 430)에 승률 1리 차이로 8위를 내주고 9위까지 내려앉았다.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40승 55패)와도 이제 고작 1게임 차이에 불과하다. 마치 시즌 초반에 한창 꼴찌를 헤메던 모습으로 되돌아간 듯한 데자뷔를 떠올리게하는 경기력이다.

롯데는 2024시즌 개막 직후,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부진 속에 4월까지 개막 30경기에서 8승 1무 21패 승률 .276에 그치며 꼴찌에 머물렀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롯데가 일찌감치 가을야구 경쟁에서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5월들어 13승 1무 10패(.565)로 월간 승률 3위, 6월에는 14승 1무 9패(.607)로 월간 승률 1위까지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5월 이후 리그 상위팀과의 맞대결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롯데는 리그 1위 KIA 타이거즈와의 상대 전적에서 7승 1무 3패로 가장 많은 승리를 따내며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이기도 했다.

4월까지만 해도 –13까지 벌어졌던 승패마진을 –5로 크게 좁혔고 꼴찌였던 순위는 한때 7위까지 반등했다. 전반기를 마감하면서 5위 SSG 랜더스와의 승차는 3게임차에 불과했다. 후반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되살리기 충분한 진격이었다.

그런데 올스타 휴식기 이후 롯데는 거짓말처럼 다시 '추락의 거인'으로 전락했다. 후반기만 놓고보면 4승 10패로 벌써 10개 구단 중 최다 패전을 기록중이다.

마운드의 동반 슬럼프가 가장 뼈아프다. 연패의 시작이 된 20일 대구 삼성전(4-21)에서는 2군에서도 부진했던 이인복을 선발로 올렸다가 3이닝 2피홈런 7실점으로 난타당하며 삼성 타선에 22피안타 21득점을 내주는 역대급 졸전을 펼쳤다.

이후 경기에서는 마무리 김원중이 연달아 흔들린 게 치명타였다. 김원중은 21일 삼성전(5-6)과 23일 LG전(1-2), 25일 LG전(6-9)까지 3경기 연속 실점에다가 패전과 블론세이브를 각각 두 번씩 기록하며 팀의 연패가 길어지는데 가장 큰 지분을 차지했다.

김원중은 올시즌 16세이브(6위)를 기록하는 동안 5패에 블론세이브 4개를 기록하며 자책점은 3.00까지 치솟았다. 7월들어 6경기에서 5.1이닝간 자책점이 6.75(9피안타 4실점)에 이른다. 6월 28일 한화전을 끝으로 후반기 들어서는 한달 가까이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롯데에 김원중을 대체할만한 마땅한 마무리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롯데의 다른 불펜 투수들도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김상수는 7월 8경기에서 6.1이닝 8실점(4자책)으로 부진하며 재정비를 위하여 2군으로 내려갔고, 좌완 진해수도 7월 7경기 평균자책 13.50으로 부진하다 실점이 많아져 한 차례 쉬어가기로 했다. 그나마 구승민(7월 10경기 .450)과 한현희(7월 8경기 5.40)가 분투하고 있지만, 롯데는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이 무려 6점대(6.23)까지 치솟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는 26일 창원 NC전 '낙동강 더비' 3연전 첫 경기에서도 선발과 불펜을 합쳐 투수진이 피안타(9개)보다 더 많은 11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자멸했다.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제구난조로 4.1이닝간 6개의 사사구(몸에 맞는 볼 2개 포함)를 내줬고 심지어 NC 박건우에게는 부상까지 입혔다. 뒤이어 등판한 투수들도 최이준을 제외하면 한현희-진해수-구승민-이민석 등이 줄줄이 볼넷을 내줬다. 투수들이 무기력하게 주자를 걸어서 내보낼 때마다 김태형 감독의 표정은 더욱 굳어져갔다.

6월 상승세의 주역이었던 타선 역시 하락세다.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타율 .354, 2위)가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그 앞 타석에서 찬스가 끊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시즌 초반 레이예스와 함께 타선을 이끌던 주장 전준우가 7월 타율 .238, 최근 10경기에서는 1할 7푼 9리에 그치며 종아리 부상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다. 한때 3할을 웃돌던 시즌 타율은 .283까지 떨어졌고 득점권 타율도 .210에 불과하다. 또한 전반기 활력소가 되어준 황성빈, 고승민, 손호영 등도 후반기에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올시즌 롯데의 지휘봉을 잡아 많은 기대를 모았다. 두산에서 재임 기간 동안 KBO 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만큼 가장 '윈나우'에 최적화된 지도자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의 매직도 롯데에서는 아직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베테랑들의 부상과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는 아직 더디다는 게 선수층이 얇은 롯데의 한계다.

롯데는 2017년을 끝으로 더 이상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올시즌도 5위 NC와의 격차가 어느덧 7게임으로 벌어졌다. 더이상 격차가 벌어지면 사실상 만회하기 어렵다. 무더운 여름으로 갈수록 지쳐보이는 롯데에게, 과연 반등의 기회는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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