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고교생' 양민혁, 무르익는 두 마리 토끼사냥
[이준목 기자]
▲ 강원FC 유망주 윙어 양민혁 |
ⓒ 한국프로축구연맹 |
26일 오후 강원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정규리그 경기에서 강원은 전북을 4-2로 대파했다.
이날 경기의 최대 화제는 단연 양민혁과 이승우, 현재 K리그에서 가장 핫한 두 스타의 맞대결이었다. 18세의 양민혁은 최근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강호 토트넘 홋스퍼로의 이적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승우는 올시즌 국내 선수중 최다득점(10골, 전체 3위)를 달리며 물오른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으며, 최근 수원FC에서 전북으로 전격 이적하면서 이날 경기가 전북 데뷔전이 됐다.
승자는 양민혁이었다. 선발로 출장한 양민혁은 전반 32분 상대 오른쪽 페널티지역에서 과감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포스트 상단 구석을 찌르는 선제골을 터트리며 시즌 8호골을 기록했다. 이어 후반 9분에는 역습상황에서 박스 우측으로 쇄도하던 김경민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하여 두 번째 골에 관여하면서 도움도 1개 추가했다.
0-2로 끌려가던 전북은 후반 11분 이승우를 교체 투입했다. 후반 16분 전북은 송민규가 만회골을 터뜨렸다. 강원FC가 후반 18분 김경민의 멀티골로 앞서나갔고, 이에 맞서 전북은 후반 25분 다시 김진규의 프리킥 골로 2-3까지 추격하며 일진일퇴의 공방이 벌어졌다.
하지만 강원은 후반 40분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또 한명의 10대 영건인 진준서가 터닝슛으로 자신의 K리그 데뷔골을 터트리며 치열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강원은 이날 승리로 13승5무7패 승점 44점을 기록, 2위 포항 스틸러스를 다득점으로 밀어내며 리그 선두를 탈환했다. 반면 전북은 25경기 승점 23으로 리그 10위에 머물며 이승우의 영입에도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양민혁은 이날 1골 1도움을 추가하면서 시즌 8골 4도움을 기록했고 득점과 공격포인트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이승우는 전북 데뷔전에서 골맛을 보는데 실패했다.
2006년생으로 강릉제일고에 재학중이던 양민혁은 고교 3학년 진학을 앞뒀던 지난해 12월에 강원FC와 준프로 계약을 체결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17세 이하 연령대별 대표팀에 발탁되어 AFC U-17 아시안컵, FIFA U-17 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를 경험하며 일찌감치 초고교급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양민혁은 프로 무대에서도 2024시즌 데뷔 첫해만에 당당히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차며 윤정환호의 뉴 에이스로 등극했다. 이후 실력을 인정받아 6월 강원FC에서 정식 프로계약으로 전환하며 'K리그1 역사상 최초의 현역 고교생 신분 프로 선수'가 됐다.
강원은 최근 김대원(현 김천 상무), 양현준(셀틱) 등을 잇달아 배출해내며 '특급 윙어'의 산실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양민혁은 프로 데뷔와 동시에 강원 구단과 K리그1 역대 최연소 득점과 최연소 영플레이어상 수상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단순한 U-22 이하 유망주를 뛰어넘는 리그 엘리트 선수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양민혁은 지난 6월 말 유럽으로의 이적설이 거론되며 주목받았다. K리그 선수가 유럽 빅리그로 이적하는 것도 드물지만, 10대 선수가 토트넘처럼 프리미어리그 '빅6' 위상을 지닌 빅클럽으로 직행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박지성, 이영표, 기성용, 김민재, 손흥민 등 유럽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둔 선배들도 어느 중소리그나 클럽을 거치는 과정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양민혁을 향한 유럽 현지의 평가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이적료 역시 아시아 10대 유망주로는 드물게 400만 유로(한화 59억 원)이상의 고액이 언급되고 있다.
양민혁은 아직 강원과 K리그1에서도 이뤄야할 목표가 남아 있다. 올시즌 K리그는 그야말로 역대급 혼전을 벌이고 있다. 선두 강원FC(승점 44)에서 5위 수원FC(승점 41)까지는 단 3점차에 불과하다. K리그 2연패를 차지한 울산이 갑작스러운 감독교체의 여파 등으로 다소 주춤하고 있으며, 또다른 우승후보였던 전북도 강등권을 헤매면서 뚜렷하게 독주하는 팀이 없다.
특히 강원FC는 아직까지 1부리그 우승 경력이 전무하다. 유럽진출을 앞둔 양민혁이 내친김에 올시즌 강원FC를 K리그1 정상으로까지 이끄는데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리그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역대급 신인으로 남을 수도 있다.
K리그와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있는 이 고교생 괴물신인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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