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북한?'…개회식 충격 사고→장미란 차관, 바흐 IOC 위원장 면담 요청 [2024 파리]

김현기 기자 2024. 7. 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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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하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프랑스어와 영어 모두 북한으로 소개된 것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현지에 있는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프랑스어와 영어 모두 북한으로 소개된 것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현지에 있는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해 사실상 항의할 전망이다.

문체부는 27일 "장미란 차관이 바흐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며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프랑스에 강력한 항의 의견을 전달할 것을 외교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국명 오류를 촉발한 IOC와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에도 엄중 항의할 방침이다. 장 차관이 정강선 선수단장에게 조속 대응을 당부했다.

사고는 이날 개회식 도중 일어났다.

한국 선수단 50여명은 27일 새벽 프랑스 파리의 센강(Seine River) 일원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했다. 여자 수영 김서영, 남자 육상 우상혁이 기수를 맡았고 둘 외에 10여명의 선수들도 개회식에 참석했다.

이번 개회식은 역대 올림픽 개회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했다. 대형 경기장에서 열리지 않았다. 파리를 유유히 흐르는 센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입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은 영어 명칭인 'Korea'가 아닌 프랑스어 'Corée' 기준에 따라 쿡제도(Cook Island) 다음 차례로, 206개 참가국 중 48번째 입장할 예정이었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프랑스어와 영어 모두 북한으로 소개된 것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현지에 있는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연합뉴스

선수들은 배를 타고 프랑스는 물론 유럽의 대표적인 명소로 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파리 시청,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그랑 팔레 등 파리의 명소들을 두루 지나 에펠탑 인근에 도달했다. 코스타리카, 쿡제도 선수단과 함께 배를 탔다.

문제는 한국 선수단을 소개하는 순간 발생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프랑스어로 먼저 한국을 '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로 소개했다. 이어 영어로는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반복했다. 둘 다 북한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의 정식 명칭은 프랑스어로 'République de corée', 영어로는 'Republic of Korea'다. 북한은 프랑스어 국가명 표기법에 따라 한국보다 한참 뒤인 153번째로 입장했기 때문에 헷갈릴 여지가 적었음에도 버젓이 한국을 북한으로 부른 셈이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프랑스어와 영어 모두 북한으로 소개된 것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현지에 있는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연합뉴스

장내 아나운서는 북한에 대해선 프랑스어와 영어 모두 제대로 호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북한 선수단이 두 번 입장하고, 한국 선수단인 빠진 셈이 됐다. 개회식 영상을 보지 못하고 귀로만 들은 시청자는 한국 없이 북한만 두 번 입장한 파리 올림픽으로 알게 됐다.

올림픽 개회식은 리허설도 수차례 진행한다. 조직위에서 제공한 큐시트가 엉망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형사고였다. 한국과 북한 국호에 모두 Korea(Corée)가 들어가는 만큼 사전에 주의하고 명칭을 정확하게 연습해야 했지만 중요한 순간 큰 사고가 발생했다. 아프리카에서 콩고(Congo) 국호를 같이 쓰는 콩고와 콩고민주공화국은 혼동 없이 두 나라 국호를 정확하게 불렀다. 한국만 조직위 무성의로 인해 피해를 본 셈이다.

이날 개회식은 파리올림픽조직위가 야심차게 준비한 것과 다르게 날씨마저 따르지 않으면서 어수선하게 진행됐다.

우천 상황에 대한 별다른 대비도 없었다. 조직위가 파리 시내 여러 명소와 풍경을 전세계에 뽐내고 싶은 의도가 보였으나 비가 내릴 경우를 가정하지 않은 행사장 세팅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 선수단을 비롯한 개회식 참가국들은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됐다. 길게는 2시간, 짧게는 30분 동안 행사장에 서 있는 상황이 계속됐다. 한국 선수단도 우의를 입기는 했으나 비바람에 크게 고생했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프랑스어와 영어 모두 북한으로 소개된 것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현지에 있는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연합뉴스

한국은 2년 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도 개최국 중국이 소수민족 전통 의상으로 한복을 등장시켜 큰 피해를 봤다. 국민들이 격분했고, 당시 정부도 유감을 표시했다. 

이번에도 강력한 유감 표명 혹은 항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는 한국 선수단이 잘못 소개된 즉시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재발 방지를 요청했으며, 선수단장 명의의 공식 항의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라며 "더불어 대회 조직위원회와 IOC를 만나 항의 의견을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별도로 장 차관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27일 오후 9시30분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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