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트뤼도 이어 한동훈과도 했다…尹의 ‘러브샷 정치’

허진, 김한솔 2024. 7. 27. 1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한동훈(왼쪽)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각각 맥주와 콜라로 러브샷도 했다. 사진 대통령실


두 사람이 잔을 든 손을 엇갈리게 낀 채 술을 마시는 행동을 뜻하는 ‘러브샷(love shot)’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 발간한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 등재됐을 정도로 회식 문화가 널리 퍼진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술자리 친교 행동이다. MZ세대에겐 꼰대스러움의 하나일지 모르나 40대 이상 직장인 중 러브샷을 안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러브샷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다음날인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참석한 ‘당정 대화합 만찬’에도 등장해 화제가 됐다. 4·10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대표의 갈등은 크게 불거졌고,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이 쟁점으로 떠올랐을 정도로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여권 전체의 뇌관으로 꼽혔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여권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대표 후보였던 윤상현 의원의 제안으로 각각 맥주와 제로 콜라를 채운 잔을 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러브샷을 하는 모습은 이날 행사의 화룡점정이었다. 행사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17일 윤석열 대통령과 방한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러브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러브샷은 윤 대통령의 친교 활동에 자주 쓰이곤 한다. 특히, 외국 정상과 만날 때도 러브샷을 활용한 친교 외교를 해오고 있다. 2019년 문재인 정부가 파기 선언했던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를 복원하고,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중단된 한·일 셔틀 외교를 재개한 지난해 3월 일본 방문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 뒤 도쿄 긴자에서 2차에 걸친 친교 만찬을 했는데, 2차 장소인 128년 역사의 경양식집 ‘렌가테이(煉瓦亭)’에서 두 사람은 러브샷을 했다. ‘한·일 관계의 융합과 화합의 취지’로 일본 에비스 생맥주와 한국 진로 참이슬을 섞어 만든 ‘소맥’을 나눠 마셨다고 한다.

2022년 12월과 지난해 5월 각각 방한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만찬에서도 러브샷이 등장했다. 각각 막걸리와 샴페인으로 주종은 달랐어도 양국 정상이 러브샷을 하는 모습은 이채로운 풍경이었다.

2002년 11월 16일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국민 여론조사에 의한 대선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서울 여의도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으로 러브샷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물론 정치권에서 러브샷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지는 못한다. 러브샷이 화제가 된다는 건 그만큼 두 사람 사이가 어색하거나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는 극적으로 후보 단일화 방식에 합의한 뒤 소주 러브샷을 했지만 결국 대선 막판 두 사람의 단일화는 어그러졌다. 2017년 9월 바른정당의 진로를 놓고 당시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갈등할 때도 러브샷에 이어 입맞춤까지 했지만 결국 바른정당의 분열을 막지는 못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