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폭력 피해’ 열에 여덟 13세 이하…악몽의 컴백홈

임지혜 2024. 7.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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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성폭력 가해자 절반은...친족 성폭력 가해자 절반 이상은 친부(58.0%)로 가장 많다.

시설에 대한 정보가 전담 공무원 및 경찰 등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의 특별지원 보호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친족 성폭력 가해자가 성인이 아닌 형제, 특히 오빠인 경우 가족으로 복귀한 미성년 피해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도가 현재 마련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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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자료사

# A씨는 만 12세였던 2008년부터 성인이 된 2020년까지 장장 13년간 2000여회에 걸쳐 계부 B씨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 성폭력처벌법(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최근 2심에서 징역 23년형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친형제, 자녀 등 친족을 대상으로 한 반인륜적인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족 내 권력을 내세운 친족 성범죄 피해자 상당수는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서지 않는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친족 성폭력 피해자 10명 중 8명은 13세 이하라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감춰진 피해자들: 미성년 친족 성폭력 피해자 특별지원 보호시설 지원업무 실태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총 316명의 아동·청소년들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국 4곳에 마련된 미성년 친족 성폭력 피해자 특별지원 보호시설이다.

피해자 중에는 10세 이하가 36.4%로 가장 많고, 11세 17.4%, 12세 14.2%, 13세 10.3%다. 13세 이하 연령이 전체의 78.5%를 차지할 정도로 저연령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이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피해 이후 구제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10세 이하 연령에서 피해를 입은 경우는 36.5%지만, 10세 이하 연령에 입소한 비율은 5.4%에 불과해 31.0%p 격차를 보였다. 피해 아동이 장기간 위험에 노출돼었음을 시사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연구관은 “친족 성폭력 피해 연령이 낮을수록 범죄피해 폭로가 늦어지고 피해가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특히 입소아동·청소년 3명 중 1명(33.9%)은 경계선 지능, 지적·신체·정신장애의 한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아동 중 장애가 있는 아동·청소년의 장애 유형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적장애 비율이 65.4%로 가장 높았다. 경계선 지능인 29.0%, 정신장애 3.7%, 신체장애 1.9% 순이다. 일반적으로 장애를 가진 아동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학대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픽=임지혜 기자

친족 성폭력 가해자 절반은...


친족 성폭력 가해자 절반 이상은 친부(58.0%)로 가장 많다. 이어 친오빠 14.5%, 의부/모의 동거남 12.7%, 친인척 6.8%, 동거친족 4.1%, 기타 3.8% 순이다. 친부와 의부 등 ‘부에 의한 성폭력’만 따지면 70.7%에 달한다. 

입소아동·청소년 316명의 가해자는 모두 33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가 여러 명인 중목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해자 처벌 현황이 파악된 사례는 174건에 그쳤다. 

상당수는 친모로부터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가정환경이었다. 입소아동·청소년 친모 중 혼인 중인 경우는 24.4%였다. 어린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친모와 연락이 두절되는 등 돌봄과 보살핌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는 52.2%에 이르렀다. 친모가 자살하거나 사망한 경우 6.0%를 합하면 58.2%에 달한다. 또한 친모의 장애여부를 취합한 결과 27.2%가 지적장애 등을 갖고 있어 제대로 된 보호가 어려운 모습이다.

허 연구관은 특별지원 보호시설이 설치된 지 14년이 지났음에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9세 미만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에 따라 전국 4개소의 보호시설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 생활·교육·의료·법률 지원 등이 제공된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존재조차 모르는 ‘특별지원 보호시설’


조사에 따르면 보호시설은 기관 연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범죄 피해 특수성을 인해 비공개시설로 지정돼 있다. 시설에 대한 정보가 전담 공무원 및 경찰 등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의 특별지원 보호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 해당 시설의 운영 및 관리는 여성가족부 소관이지만 아동보호에 관한 사안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이로 인해 친족 성폭력 피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아동복지시설, 양육시설, 일시보호시설 등에 입소되거나 성인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보내지는 경우도 있었다. 

가정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아동·청소년의 ‘원가정보호’ 원칙에 따라 집으로 돌아가야 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친족 성폭력 가해자가 성인이 아닌 형제, 특히 오빠인 경우 가족으로 복귀한 미성년 피해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도가 현재 마련돼 있지 않다.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이 겪는 트라우마와 공포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이들에 대한 심리·정서적 돌봄과 치료 서비스는 충분히 제공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여성가족부는 치유회복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해당 사업비를 대폭 삭감했다. 

허 조사관은 “피해사실 폭로 또는 발견 이후 피해 아동·청소년들이 가장 적합한 기관에서 즉각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복지부 업무 매뉴얼에 ‘특별지원 보호시설’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해당 내용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정복귀 프로그램 운영시, 반드시 사례회의를 통해 양육환경의 안전도 및 재피해 가능성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며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특별지원 보호시설장이 필수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경계선 지능인 등 사각지대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 강화와 자립 준비 지원을 제안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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