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 나홀로 금메달 '머쓱'…올림픽 못가는 러시아식 위로법

백일현 2024. 7.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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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게임 개막식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개막한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러시아 선수는 15명 뿐이다. 그것도 ‘개인 중립 선수’ 자격이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 선수의 올림픽 참가를 막았고, 침공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 표명 등 기준을 충족한 중립 선수만 출전을 허락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이같은 ‘스포츠 고립’에 ‘가짜 게임’과 돈으로 대응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서 올림픽은 국가적 관심사였던 만큼 세계 주요 스포츠 행사에서 제외된 것을 보상하기 위해 자체 대회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6월 ‘브릭스 게임’…9월 ‘우정 게임’은 연기


지난달 말 열린 ‘브릭스 게임’이 대표적이다.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러시아와 가까운 수십 개 국가가 소규모 선수단을 파견했으나 참가 선수는 수천 명에 불과했다. FT는 “자유형 프로그램의 유일한 참가자였던 싱크로나이즈 수영 선수 알렉산드르 말체프가 시상대에 홀로 서 금메달을 받은 건 러시아의 고립을 강력하게 상징했다”고 전했다.

이 대회는 참가선수들조차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단거리 선수 크리스티나 마카렌코는 대회에서 우승한 후 러시아 언론에 “브릭스 게임을 올림픽과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관중의 관심도 제한적이었다는 전언이다.

러시아는 9월에 ‘우정 게임’도 열 예정이었으나 이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FT는 “우정 게임이란 이름은 1984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다른 동구권 8개국이 올림픽 보이콧에 동참했던 일을 연상시킨다”고 평했다.

이와 별도로 러시아 올림픽위원회는 파리 올림픽을 보이콧한 선수들에게 보상을 제공했다. 7월 초까지 240명 이상의 선수에게 약 2억 루블(약 30억)을 지급했다.

지난달 러시아 싱크로나이즈 수영 선수 알렉산드르 말체프가 '브릭스 게임' 시상대에 홀로 서 금메달을 받고 있다. 사진 레딧 캡처

“중립 선수 상당수, 실제는 침공 지지”


반면 일각에선 ‘중립 선수’로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러시아 선수를 “반역자”(국제복싱협회 러시아 회장)라고 불렀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올림픽 참가는 선수 개개인의 ‘개인적 결정’이라고 했다.

이 중립 선수들도 실제는 러시아의 침공을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인권단체인 글로벌 권리 컴플라이언스는 15명 중 3분의 2 이상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전쟁을 지지했다는 증거를 지난주 발표했다. 그러나 IOC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방은 올림픽 기간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을 할 가능성도 우려한다. 미 국무부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발생했던 해킹을 언급하며 파리 올림픽 기간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강조했다. 최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관련 신분증을 가진 러시아인이 파리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인 연합 회원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사망한 수백 명의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추모하기 위해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평창 동계 올림픽 때처럼 해킹 발생?


그러나 러시아는 애써 올림픽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러시아의 참가 없이 올림픽은 단순한 ‘지방 대회’에 불과하다는 한 선수의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텔레비전은 40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을 방송하지 않겠다며 “러시아 국기, 선수가 없는 올림픽은 러시아인들에게 재미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한 스포츠 웹사이트 창업자는 “과거 (도핑 스캔들과 IOC의 징계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중립 선수로 참가했을 때도 올림픽 중계는 항상 인기였다”고 전했다.

지난 달 12일 러시아 카잔에서 브릭스 게임 개막식이 열렸다. 브릭스 회원국 10개국을 포함해 74개국에서 4700명 이상의 선수가 27개 종목에 출전했다. EPA=연합뉴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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