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토피아]변심한 머스크,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을까

강희종 2024. 7. 2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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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국내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 중 하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운명이다.

트럼프가 재집권해 IRA의 전기차 보조금 규정을 폐지한다면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국내 자동차 기업과 배터리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기차 의무화를 폐지하겠다는 트럼프를 옹호하는 머스크는 무슨 생각일까? 일부에선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면 GM, 포드 등 후발 전기차 기업에 더 치명적이고 독보적 1위인 테슬라에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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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의무화 폐지 주장하던 트럼프
"전기차 반대는 아냐" 미묘한 변화
머스크 "난 설득력이 있다" 말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국내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 중 하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운명이다.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해 왔다. 트럼프가 재집권해 IRA의 전기차 보조금 규정을 폐지한다면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국내 자동차 기업과 배터리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그동안 수십조 원을 투자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고 나서며 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가 J.D.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도 머스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영향력이 일부 작용했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머스크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생각을 바꿨다. 빅테크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크게 작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의 전기차 행사에 머스크를 초대하지도 않았다.

전기차 의무화를 폐지하겠다는 트럼프를 옹호하는 머스크는 무슨 생각일까? 일부에선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면 GM, 포드 등 후발 전기차 기업에 더 치명적이고 독보적 1위인 테슬라에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머스크는 지난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보조금을 없애라. 테슬라에만 도움을 준다"며 "모든 산업에서 보조금을 폐지하라"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단순 논리로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미국의 새 정부가 전기차 확대 정책을 폐기한다면 장기적으로 테슬라에도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테슬라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BYD 등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분기 기대 이하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이 중국에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구호를 외치고 있는 트럼프에게도 결코 좋은 뉴스가 될 수 없다.

그래서 그런 걸까. 최근 전기차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이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20일 집회에서 "나는 지속해서 전기차에 관해 얘기해 왔는데 전기차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나는 완전히 그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를 운전해 봤는데 엄청났다"며 "하지만 전기차가 모두를 위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굳이 의미를 해석하자면 ‘전기차가 좋은 건 아는데 굳이 모든 국민에게 의무화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을 가진 듯하다.

이 같은 트럼프의 인식 변화에 머스크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올해 3월 이후 트럼프는 머스크를 자주 만나 전기차에 관해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트럼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설득력이 있다"며 "트럼프의 많은 친구가 테슬라를 갖고 있고 트럼프도 사이버트럭을 좋아한다. 이런 것들이 (설득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전기차 시장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보고서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들도 투자 결정을 미 대선 이후로 미루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친환경차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지언정 방향을 틀 수는 없다. 미국이 전기차를 포기한다면 트럼프가 그토록 외치는 다시 위대한 국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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