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미지의 달에 새겨진 중국의 ‘과학 굴기’
“단순히 자원을 뽑아내거나 기지를 건설하는 수준이 아니라 달의 역사와 진화 과정을 밝힐 수 있는 통찰력을 줄 것이다.”
중국 연구진이 인류 최초로 발견한 달 토양의 물 분자와 관련해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내린 평가다. 지난 16일 국제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중국과학원과 다른 중국 연구 기관이 합동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팀은 2020년 발사된 창어 5호가 달에서 가져온 토양 샘플에서 분자 수가 풍부한 미네랄을 발견했다. 1000개가 넘는 광물을 분리했는데, 그중에 물 분자를 지닌 판 모양의 투명한 결정을 찾아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달 광물(ULM-1)’이라고 명명했다.
‘달에서 물 찾기’는 우주 탐사에 나선 과학계의 오랜 목표 중 하나다. 여러 가설이 존재하는 달의 기원과 역사의 비밀을 풀어줄 실마리가 될 뿐만 아니라 달 탐사 기지 건설의 성패를 좌우할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달 표면에는 물이 없다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다. 1960년대 인류 최초로 달을 정복한 미국 아폴로호가 가져온 달 토양 샘플에선 물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2009년 인도 우주선과 2020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원격 조사를 통해 물의 흔적을 탐지하면서 ‘달에는 물이 없다’는 주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달 표면에서 물 분자를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물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로켓 배기가스 등에 의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지난달 25일 창어 6호가 들고 귀환한 약 2㎏ 분량의 달 토양 샘플에 관한 연구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달나라에 오성홍기를 꽂는 ‘우주 굴기’를 향해 전진 중이다. 2035년 달 기지 건설을 내세우고 2년 뒤, 4년 뒤에도 달을 향해 로켓을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등 경쟁국을 제치고 달 뒷면에 닿은 중국은 이미 ‘가운데 중(中)’자를 달 표면에 새겨넣었다.
지난해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한국도 우주 강국을 꿈꾼다. 지난 5월엔 우주 개발 정책을 책임질 우주항공청이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기술 격차는 이미 10년 넘게 벌어졌고, 한국인 우주인은 16년째 명맥이 끊겼다. 지난해 우주개발 예산은 일본의 15% 수준, 미국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너른 우주에 태극기가 휘날릴 그 날을 기다려 본다.
이도성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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