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잃은 야구선수가 1982년으로 간다면? '18번 구경남'

김효경 2024. 7. 2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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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 구경남

야구, 그리고 시간 여행. 채강D 작가의 신작 소설 '18번 구경남'은 흥미로운 두 가지 소재를 엮어 만들어낸 작품이다.

구경남은 승부에만 몰두하는 투수다. 타자의 머리 쪽으로 바짝 붙인 공(브러시백)을 던져 타자를 쓰러뜨린 뒤에도 '뭘 봐, 쌤통이다’라고 생각하는 그런 투수.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른손에 미리 발라놓은 침을 공에 문지른 '스핏볼'도 거침없이 구사한다. 적발되면 안되는 반칙 투구지만, '여기는 프로의 세계, 어떻게 해서든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인물.

사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고교 시절부터 일찍이 주목을 받는 유망주였으며, 데뷔하자마자 바로 10승을 올리며 성공했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그는 예전의 공을 던질 수 없었다. 설상가상 승부조작에 연루되었다는 루머에 휩싸여 그라운드를 떠난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미국에서 도전을 이어가지만 그마저도 실패한다. 벼랑 끝에 몰린 그때, 누군가 구경남에게 다가와 제안한다. 우승 반지를 자신에게 주면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낙담에 지친 그에게는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눈을 떴을 때 그는 1982년에 있었다. 프로야구가 태동한 바로 그때였다. 미래에서 온 그에게 그 시절 야구는 너무나도 쉬웠다. 당시에는 개념조차 없었던 투구 폼과 공을 던진 구경남에게 슈퍼스타즈 구단주는 입단을 제안한다. 그렇게 프로야구 최약체였던 팀은 구경남의 입단으로 역사를 바꾼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내용이 담긴 '18번 구경남'은 전설의 투수 박철순을 포함한 실제 야구 영웅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우리가 알던 것과 달라진 야구 역사를 접할 수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유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스토리와 상세한 표현력은 그가 야구로 밥벌이를 하는 현직 야구인이기 때문이다. 영화과를 졸업한 뒤 야구판에 뛰어든 그는 2021년 코믹 야구 옴니버스 소설 '무진시 야구장 사람들'을 펴내기도 했다. 364페이지, 1만8000원.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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