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출범 앞둔 우리투자증권…여의도 ‘인력 블랙홀’
핵심 사업 부문에서 옛 대우증권이나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 출신을 불러 모은 게 특징이다. 우리투자증권 초대 대표로 낙점된 남기천 우리종합금융 대표부터 대우증권 출신이다. 남 대표는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한 옛 대우증권에서 영국 런던법인장, 대체투자본부장 등을 지냈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 합병 후에는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를 지냈다.
남 대표는 런던 근무 시절, 당시 공무원이었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임 회장이 자회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직접 우리자산운용 대표로 추천하기도 했다. 멀티에셋운용에 있던 남 대표는 우리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고, 올해 3월부터 우리종합금융 대표를 맡았다. 남 대표는 과거 증권업계 1위였던 대우증권 인재들을 영입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증권 출신도 대거 합류했다. IB 부문 총괄에는 대우증권 출신인 양완규 미래에셋증권 대체투자금융부문 대표가 임명됐다. 양 부사장은 연세대 도시계획학과·도시계획 대학원을 나와 미래에셋에서 글로벌·AI본부장과 대체투자금융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미래에셋증권에서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한 자사주를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남 대표와 양완규 대표는 막역한 사이다.
옛 선후배 영입에 속도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1본부장(전무)도 우리투자증권 CM(캐피털마켓)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주식자본시장(ECM)부문과 함께 박 본부장을 필두로 전통적인 IB 영역으로 분류되는 DCM(채권발행시장)부문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박 본부장 역시 합병 전 대우증권 출신으로 여의도 IB 대표 플레이어로 꼽힌다. 박 상무는 미래에셋에서 커버리지(DCM 담당) 부문 중책을 맡은 임원인 데다 실무 일선을 총괄하는 현직 본부장 출신이라 주목받았다. 증권사 IB에서 커버리지 사업은 기초 토대로 평가받는다. 커버리지 역량을 기반으로 IB 딜을 쏟아내는 국내 그룹과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메이저 증권사마다 커버리지 파트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미래에셋증권 인사 파트에서 맏형으로 불렸던 홍순만 인사본부장도 자리를 옮겼다. 옛 대우증권 시절과 통합 과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인사부장과 HR본부장으로서 10여년간 공채 입사 절차와 인력 관리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그는 미래에셋증권의 임직원 풀(Pool)을 꿰뚫고 있어 향후 미래에셋 인력 영입을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밖에 미래에셋증권 출신 중에서는 김범규 디지털본부장, 김진수 경영기획본부장이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에도 역시 대우증권 출신인 박기웅 한국투자증권 매크로트레이딩본부장과 이동준 미래에셋증권 리테일채권솔루션팀장이 합류했다. 박 부사장은 한국투자증권에서 매크로트레이딩(Macro Trading)본부장(상무)으로 재임하며 채권운용 전문가로 활약했다. 옛 대우증권 출신으로 미래에셋증권 합병 법인인 미래에셋대우에 근무하다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했다.
대규모 인력 확충에는 임종룡 회장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 올해 초 임 회장은 향후 10년 내 우리투자증권을 상위 10위의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IB 분야에 특화된 인력 영입에 더 공을 들일 듯 보인다. 증권사 IB 사업은 개인 역량이 곧 실적으로 연결돼 인재 영입이 중요하다. IB를 주축으로 리테일과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등도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산관리(WM)와 IB, 트레이딩 간 균형 잡힌 초대형 IB로서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게 남 대표의 복안이다.
리서치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형 증권사 출신 리서치 인력도 채용했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투자매매업을 하려면 애널리스트와 같은 조사 분석 인력의 최소 인원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 출범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유일하게 증권사를 갖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지주가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추진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 아래 증권사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 우리투자증권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가 민영화 과정에서 2014년 NH농협금융지주에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했다. 현재 NH투자증권의 전신이 바로 옛 우리투자증권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우리투자증권 설립을 신설이 아니라 ‘부활’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금융지주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해 그룹 내에서 여신 등의 사업을 하는 우리종합금융과 합병시켜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8월 1일부터 우리종합금융은 사라지고 한국포스증권은 우리투자증권으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된다.
1조1500억원 자본으로 18위
단기간 자리매김하기 만만찮아
신생 증권사 한계도 분명하다. 우리투자증권이 보유 중인 라이선스는 펀드 판매 쪽에 치중됐다. 증권 쪽 라이선스는 집합투자증권에 대한 투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 신탁업뿐이다. 제대로 된 증권업을 하려면 증권·장내파생상품·장외파생상품 각각을 중개할 수 있는 투자중개업 3가지와 장내파생상품·장외파생상품의 투자매매업, IB 증권 인수 업무가 가능한 증권 투자매매업 라이선스 등이 있어야 한다.
자본력도 크지 않다. 우리투자증권 자기자본은 1조1500억원으로, 전체 증권사 중 18위 수준이다. 10년 전 매각 당시 우리투자증권 자기자본이 약 4조3850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약 4분의 1에 그친다. 초대형 IB가 되려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춰야 해 적어도 3조원을 추가 수혈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대형사 중심의 IB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쉽지 않다.
우리투자증권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 부문을 꾸리는 데도 고심이 깊다. IB 부문은 20~30명의 인력으로도 네트워크를 활용해 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리테일은 수천 명의 넓은 고객 기반이 필수다. 포스증권이 28만명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나 온라인 전용이라는 한계가 뚜렷하다. 신생 증권사 자본력을 고려할 때 오프라인 지점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도 힘들다.
온라인 리테일 확장도 만만치 않다. 키움증권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데다, 토스증권도 다크호스로 부상 중이다. 국내 주식 기준 키움증권의 리테일 시장점유율은 29.5%다. 키움증권은 출범 초기 저렴한 수수료로 고객을 끌어모았다. 지금은 대부분 대형사가 비대면 계좌에 한해 키움증권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지만, 그래도 역전이 쉽지 않다. 최근 급성장한 해외 투자 부문에서는 토스증권이 직관적이고 편리한 증권 플랫폼을 앞세워 젊은 고객층을 늘려나가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우리투자증권이 중소형 증권사를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을 점친다. 우리금융그룹은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검토하다가 최근 본입찰에 불참하며 현금에 여유가 생겼다. 증권가에서 추가 인수로 덩치를 키울 수 있다고 전망하는 근거기도 하다.
우리투자증권은 한국포스증권의 펀드슈퍼마켓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MTS를 우리금융이 하반기 출시할 은행 슈퍼앱 ‘뉴원’에 연계할 계획이다. 슈퍼앱이란 계열사 핵심 서비스인 뱅킹, 주식매매, 보험진단 등을 한곳에 모은 앱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포스증권의 디지털 플랫폼을 인공지능(AI)으로 차별화할 것”이라며 “우리금융 슈퍼앱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9호 (2024.07.24~2024.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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