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3’ 혹평에 답하다…이응복 감독의 변
김예슬 2024. 7. 25. 18:11
넷플릭스 ‘스위트홈’이 지난 19일 시즌 3를 공개하며 5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2020년 12월 공개한 시즌 1이 그린홈을 배경 삼은 데 이어 시즌 2부터는 스타디움으로 무대를 넓혔다. 차현수(송강), 이은유(고민시), 이은혁(이도현)과 편상욱(이진욱), 서이경(이시영) 등 주축 캐릭터를 중심으로 새 판을 꾸렸다. 욕망이 괴물로 발현한다는 설정은 MH(몬스터휴먼)와 신인류로 확장됐다. 시즌제를 견고하게 이어간 것을 두고 긍정적인 평이 나온 반면 이야기와 전개에 관해선 호불호가 갈렸다. 시즌 1에서 다져둔 관계성이 허물어졌다는 인상을 줘서다. 25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이응복 감독은 “두고두고 의미를 곱씹길 바라며 ‘스위트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감독에게 들어본 ‘스위트홈’의 몇몇 이야기.
Q. 오랜 기간 연출한 작품을 선뵌 소감을 말해달라.
“속이 시원하진 않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작품이 중요하지만 ‘스위트홈’은 그중에서도 결이 정말 달랐다. 그런 만큼 부담과 고통도 컸고.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힘을 쏟아준 만큼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Q. 이번 시즌을 만들며 어떤 가치에 중점을 뒀을지 궁금하다.
“극 중 인물들은 욕망으로 인해 괴물로 변한다. 욕망을 소진하고 신인류가 되며 점차 감정이 없어진다. 이 안에서 인간은 어떤 길을 택할까? 연인·가족·이웃이 신인류로 변하면 어떨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인간성에 관해 되돌아볼 계기이길 바랐다.”
Q. 지금 설명한 세계관이 작품만으론 명확히 와닿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 있었다. 이 때문에 MH, 신인류의 등장에 거부감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연출자로서 고민은 없었나.
“내 입장에선 설명이 충분했다고 생각하지만 혹자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어떤 분들은 지나치게 설명적이라고 느낀다. 그 사이에서 긴장감과 미스터리를 유지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려 했다.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면 시청자가 상상할 여지를 뺏는 것 같아서 미진하게 접근한 부분이 있다. 원작으로도 많이 알려진 설정인 만큼 제작진이 간과한 면도 있다. 우리가 세계관을 더 홍보하도록 하겠다.”
Q. 원작에 기반을 둔 첫 시즌과 달리 시즌 2부터 세계관을 키우며 인물이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이로 인해 시청자 이탈도 있었다. 후속 시즌을 어떻게 연출하려 했나.
“세계관은 모두 동일하다. 이들이 등장하는 무대가 확장된 것뿐이다. 넓혔다가 좁히는 과정은 시즌 3에 담겼다. 김칸비 작가가 원작 만화를 연재할 때도 그린홈 바깥세상을 그리려 했지만 제작비 때문에 실현을 못 했으니 드라마에서 해달라더라. 신인류, MH, 아이(김시아) 등 새로운 캐릭터가 한 공간에 있는 게 어울리지 않아 아포칼립스(세계 멸망 이후를 배경으로 하는 장르)를 구현해야 했다. 시청자가 혼란스러워한 건 시즌 1의 주요 인물들이 시즌 2에 많이 등장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이런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시즌 2에 관심을 두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세계관과 신인류, MH의 관련성이 밀접하게 느껴지리라 생각한다. 시즌 2·3에 등장하는 인물의 수는 시즌 1과 비슷하다. 아마 공간과 그룹이 분리돼 새 인물에 몰입도가 떨어진 게 아닐까 싶다.”
Q. 일각에서는 지나친 확장이 ‘스위트홈’에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반복과 변주 사이에서 고민했다. 시즌 1에 등장한 캐릭터의 이야기가 반복되면 덫에 빠질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포칼립스를 택했고, 이를 위해 소대를 비롯한 새 그룹들이 필요했다. 배우들도 연기를 잘하는 분들로 채웠다. 그분들 덕에 몰입도가 생겼지만 시즌 1만을 생각하고 새 시즌을 봤다면 낯설었을 것 같다. 필수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그린홈의 소중한 캐릭터들이 사라지니까. 아픔이 있는 만큼 피날레가 최대한 각인되도록 연출하려 했다.”
Q. 일부 인물들이 허무하게 퇴장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인물의 퇴장을 그릴 때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사실 첫 시즌 캐릭터들을 향한 애정이 그렇게까지 큰 줄 몰랐다. 윤지수(박규영)의 경우 정재헌(김남희)과 호흡이 좋았으나 그가 죽고 심지어 청력까지 잃는다. 심지어 맹장까지 터진 상태였다. 함께하기 어려운 캐릭터들이 빠지게 된 건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세계관 확장이 아닌 새 무대를 만들고 ‘해쳐 모여’를 하려 한 의도였다. 비슷한 이야기로만 가면 누가 봐줄까 싶었거든. 나 역시도 아포칼립스 장르에서 무조건적인 확장은 망하는 걸 안다. 다만 이야기 흐름에 따라 주인공들도 변화가 필요했다. 우리는 상황이 달라지는 걸 꾀했으니까. 시즌 1과 똑같았다면 혹평이 더 심했을 거다. 새 인물들이 여러 기능을 했지만, 첫사랑을 못 잊는 것처럼 시청자도 이런 반응을 보인 게 아닐까 싶다. 다만 눈이 높아진 시청자 수준에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 했다.”
Q. 잔혹한 연출을 두고도 호불호가 갈렸다. 표현에 있어 어떤 것을 중점에 뒀나.
“배우들이 실제로도 극 중 인물과 비슷한 느낌을 받길 바랐다. 그래서 사실감을 강조하다 보니 과하게 담긴 부분이 있는 듯하다. 배우가 느끼는 공포감이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돼야 한다고 판단해 고어 특성을 강화했다. 외국 크리처(괴수) 장르는 더 직접적이고 잔인하다. ‘스위트홈’은 그것보단 수위를 더 조절하려 했다.”
Q. 극에 담고자 한 중심 주제가 궁금하다.
“시즌 2가 흩어진 인물이 괴물화 사태를 겪는 모습을 그리며 궁금증을 쌓아갔다면, 시즌 3에선 미스터리가 풀리고 인물들이 모이면서 감정이 해소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원작은 인간이 괴물, 고치가 됐다가 다시 인간으로 환생한다. 이 같은 동양 정서, 윤회 사상을 넣고자 했다. 괴물화 사태를 해결하는 건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마음속 현수가 괴물 현수를 밀어내 인간일 수 있었듯이. 시즌 2·3을 구상하던 초기부터 절체절명 순간이던 상욱이 내면에서 악을 밀어내는 그림을 떠올렸다. ‘스위트홈’의 전체 주제와도 맞닿은 장면이다. 여러 사람과 충돌한 끝에 인간애를 발견하는 걸 시즌 3로 표현하려 했다.”
Q. 시즌 2·3를 두고 많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연출가로서 이 같은 시청자 반응을 어떻게 바라보나.
“평가에 일희일비하진 않는다. 내가 지금껏 연출한 작품 모두가 내 생각과 반응이 달랐다. 실시간으로도,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랬다. 이 모든 게 소통이라 생각한다. 처음에 반응이 안 좋아도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재미난 쓴소리가 내게 좋은 상이 되리라 믿는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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