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 '윤석열 특검법'으로 간다
[복건우, 유성호 기자]
▲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과 신장식 의원이 25일 오후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 최종 부결된 직후 국회 본청 7층 의안과로 이동해 윤석열 수사외압 특검법이 든 봉투를 제출하고 있다. |
ⓒ 복건우 |
불과 4분이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종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의안과에서 '윤석열 수사외압 특검법'으로 다시 발의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과 신장식 의원은 25일 오후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이 재의결 끝에 최종 부결된 직후 국회 본청 본회의장 2층과 로텐더홀을 지나 7층 의안과로 이동해 윤석열 수사외압 특검법이 든 봉투를 제출했다.
이날 조국혁신당 주도로 새로 발의된 특검법의 정식 명칭은 '순직 해병 수사외압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범죄혐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박은정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특검법의 이름이 바뀌자 법안이 겨냥하는 목표도 분명해졌다. 채상병 특검법은 이제 대통령을 직접 수사 대상으로 삼는, 윤석열 특검법이 됐다.
▲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과 신장식 의원이 25일 오후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 최종 부결된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수사외압 특검법 발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 박은정 의원실 |
두 의원은 이날 의안실에서 다시 국회 소통관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구명조끼도 없이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린 해병대원이 순직한 지 1년이 흘러가는 동안 수사 방해, 꼬리 자르기와 거부권 행사가 되풀이됐고 억울한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라며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씨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이제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윤석열 수사외압 특검법을 발의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공직 윤리에 대한 기본적인 결여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이번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권한쟁의심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며, 국민의 엄중한 심판 역시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특검법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의 조사보고서 기각 등 직권남용 의혹,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 대상에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통령 공소제기가 필요할 경우 특별검사가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3일 이내에 수사 기록과 증거를 이관하도록 했고, 대통령 퇴직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공소제기 및 공소 유지를 담당하도록 했다.
또 압수수색 때 군사·공무·업무상 비밀에 관한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고,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해임할 경우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해 특별검사의 신분 보장을 강화했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 법안에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그것이야말로 거부권 남용이다. 헌법적 대응을 염두에 두고 차단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앞서 제시한 '제3자 추천안'에는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한동훈 대표 혼자만의 생각"이라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제대로 논의되거나 조율되지 않은 안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 의원도 "말만 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한동훈 특유의 먹튀 정치에 불과하다. 우리의 특검법안을 한동훈 대표가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채해병 특검법 재표결(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 부결 규탄 대회를 열어 “특검법은 또다시 부결됐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며 “해병대원 순직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수사외압, 국정농단 의혹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 드리는 그날까지 계속 전진하겠다”고 결의했다. |
ⓒ 유성호 |
한편 채상병 특검법이 최종 부결된 직후 민주당 의원들은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예고한 대로 국회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특검법 부결 규탄대회를 열었다. 야6당(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의원들이 함께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민심이 또다시 거부당했다. 채 해병의 넋을 달래고, 유족의 상처를 보듬기 위한 국민의 마음이 담긴 특검법을 대통령은 거부했고 국민의힘은 반대했다"라며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수사외압, 국정농단 의혹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드리는 그날까지 계속 전진하겠다"라고 밝혔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우리가 곧바로 제출한 윤석열 특검법을 거부하는 순간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선고가 시작될 것이다. '그냥 채해병 특검법 받을 걸'이라고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라고 말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이 국민의짐이라고 확인한 사건"이라며 "상설 특검과 국정조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하자"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은 이날 22대 국회 본회의 재의결에서 최종 폐기됐다. 출석 의원 299명 가운데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로 21대 국회에 이어 두 번째 부결이었다. 108명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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