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카카오 비상경영체제 구축...시험대 오른 정신아 리더십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벼랑 끝에 몰린 카카오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김 위원장이 주도했던 카카오 그룹의 사업 재편과 경영 쇄신 작업은 당분간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키를 잡는다. 한 달에 한 번 열렸던 카카오의 ‘그룹협의회’ 개최 간격도 주 1회로 좁힌다.
무슨 일이야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5일 오전 주요 계열사 CEO와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CA 협의체 소속 위원장이 모이는 그룹 협의회를 4시간 가량 진행했다. 대내외 리스크를 점검하고, 김 위원장의 구속에 따른 그룹 차원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앞서 지난 23일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회의에서 카카오는 당분간 정신아 대표를 주축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공백이 생긴 경영쇄신위원장 직책도 정 대표가 대행한다. CA 협의체와 계열사 CEO가 모여 진행하던 그룹 협의회도 월 1회에서 주 1회로 더 자주 열 방침이다. 김 위원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른 계열사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그룹 차원에서 긴밀히 대응하려는 차원이다.
정 대표는 이날 회의 참석자에게 “각 계열사에서 진행 중인 쇄신과 상생 프로젝트를 문제 없이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현재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왜 중요해
카카오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며 정 대표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당분간 김 위원장의 공백을 정 대표가 메워야 하는 상황. 그룹사 차원의 대규모 투자나 사업 개편 등 굵직한 결정은 미뤄지겠지만, 향후 그룹 차원의 경영 활동과 쇄신 활동 대부분은 정 대표가 이끌어야 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맡았던 경영쇄신위원회 산하 활동을 정신아 대표가 대신하는 등 기본적 쇄신 활동을 공백 없이 진행하는 것이 비상경영체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대표를 앞세운 카카오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카카오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탓이다. 김 위원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는 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자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함께 수사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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