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쇼크’에 휘청…코스피 2700선 위협, 코스닥 800선 붕괴
미국의 ‘빅테크(대형 IT기업) 실적 쇼크’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코스피가 2710선으로 밀렸고, 코스닥 지수는 800선이 깨졌다.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큰 폭으로 내렸다. ‘인공지능(AI) 랠리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다.
2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74% 내린 2710.65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2703.86까지 밀렸다. 지난 11일 2900선 고지를 목전에 뒀던 코스피는 10거래일 만에 6.2%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6700억원 어치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도 1500억원 가량 팔아치웠다. 개인이 8200억원 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지수는 낙폭이 더 컸다. 전날보다 2.08% 떨어진 797.29를 기록했다. 코스닥이 800 아래로 밀린 건 지난 2월1일(798.73) 이후 6개월 만이다. 일본 닛케이(-3.28%), 중국 상하이 지수(-0.52%)도 동반 하락했다. 닛케이 지수는 2016년 6월24일 이후 8년1개월 만에 낙폭이 가장 컸다. 원화 가치도 약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1.6원 내린(환율 상승) 1385.4원에 장을 마쳤다.
시장을 짓누른 건 미국에서 불어온 빅테크발(發) 충격이다. 24일(현지시간) 테슬라는 2분기 순이익이 14억7800만 달러(약 2조3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45% 줄었다고 밝혔다.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 공개를 두 달 미룬다는 소식까지 겹쳐 테슬라 주가는 이날 12.33% 폭락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요 사업인 유튜브 광고 수익이 5.04% 하락했다. 그 외 엔비디아(-6.8%) 등 ‘매그니피센트7(M7)’에 속한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M7 종목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7680억 달러(약 1060조원) 증발했다. 이에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3%, 나스닥지수는 3.64% 급락했다. 두 지수 모두 2년9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M7 종목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거란 불안감에, AI 산업의 성장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기업 이익 증가 속도에 비해 AI 종목 주가가 너무 빨리 올라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던 차에 이번 실적이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이란 해석도 나온다. 미국 AI주가 급락하자 국내 증시에선 삼성전자(-1.95%), SK하이닉스(-7.15%) 등 반도체주가 크게 내렸다. SK하이닉스는 이날 6년 만에 5조원 넘는 2분기 영업이익을 냈다고 공시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진 못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AI 거품 우려에 오히려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증시가 더 급락하진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증시의 조정 양상이 과격해졌는데,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이 9.2~9.3배까지 낮아진 만큼 추가로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라 변동성이 커져 2700선이 깨질 수 있지만, 2600선은 지킬 것으로 전망했다. 정용택 위원도 “이달 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월 금리인하 신호가 나오면 8월에 기술적인 주가 반등이 나올 수 있다”며 “올해까진 금리인하, 경기둔화 이슈로 오르내림을 반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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