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연 대법관 후보자 “국민 눈높이 맞지 않는 ‘아빠찬스’ 송구”

김정연 2024. 7. 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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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연 대법관 후보자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240725


이숙연(56·사법연수원 26기) 대법관 후보자가 ‘아빠찬스’ 논란이 일었던 자녀의 재산 형성에 대해 “부모의 지원으로 딸이 큰 자산을 갖게 된 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고, 심려를 끼쳐 정말 송구하다”며 거듭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25일 국회 대법관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아버지에 돈을 빌려 구매한 비상장주식(금남고속)을 아버지에 팔아 3억원이상 수익을 얻은 뒤 다시 부모 지원을 더해 7억 7000만원의 빌라를 구매한 딸의 재산 논란에 대해 이같이 사과했다.

그는 여야 의원들의 관련 질의가 쏟아지자 “전형적인 아빠찬스라고 생각이 되고, 아무리 세금을 다 내고 위법이 없더라도 고위공직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며 “가족회의를 통해 해당 비상장주식은 전부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저 자신을 돌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허법원에 근무하며 대전에서 지내는 동안 배우자가 무리한 거래를 한 걸 나중에 알고 많이 놀랐고 원망도 많이 했다”며 “남편은 나이도 많고 건강도 좋지 않아 늦게 본 딸자식에게 경제적 자립기반을 마련해준다는 마음에 조급해서 이런 잘못을 한 것 같다”는 해명도 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특위의 요구로 제출한 추가자료에서 “후보자 지명 전 기부 약정 합계 53.14억원, 청문회를 계기로 기부를 결정한 비상장주식 약 37억원으로 합계 90억원 정도를 기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수원 동기인 남편 조형섭 동행복권 대표와 관련된 재판이 대법원에 올라갈 경우에 대한 우려에 이 후보자는 “남편이 보유한 비상장주식과 관련된 사건이 있으면 당연히 회피할 것이고 우려가 없도록 백지신탁위원회 등을 통해 정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번에 휴업신고도 다 했고, 그의 회사와 관련된 사건도 일체 맡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청문회에선 어린 자녀 명의로 비상장주식에 투자한 경위에 대해 “돌 때 금반지 대신 주식을 사주듯, 당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는 차원에서 샀다”며 “이걸 편법 증여로 폄하한다면 자식에게 주식을 사주는 부모의 마음을 다 비난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김기표·허영·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오후까지 ‘부모님들 덕분에 자제가 가치 높은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것 아니냐’고 거듭 비판하자 “매우 부적절했다, 자녀들 이야기에 평정심을 잃은 것 같아 죄송하다”며 “가족찬스인 점은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포스코에 재직하던 중 길거리 집회에 참여했다가 해고된 뒤 변호사 없이 혼자 해고무효소송에 승소했다. 이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 편입해 1994년 사법시험 36회에 합격, 연수원 26기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사법부야말로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임을 체감하고, 법원에 대한 큰 신뢰를 갖고 법관의 길로 들어섰다”며 “작은 사건이라도 당사자에게는 삶의 전부일 수도 있음을 명심하고 삼가고 경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쏟아 재판에 임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정보화심의관, 중앙지법 영장전담 등을 거쳐 현재 특허법원 고법판사로 재직 중인 이 후보자는 과거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법원 내 인공지능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후보자는 “디지털증거법, 지적재산권법의 법리와 실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 범위·방법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 내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향상하고, 재판지연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인공지능 관련 법원 예산이 많이 삭감돼 의원님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도 호소했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를 끝으로 오는 다음 달 퇴임하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 청문회가 마무리된다. 이후 청문특위에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뒤 임명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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