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장기화 우려…'손절' 나선 유통업계
상품 취소 위약금 면제 등
타상품 판매 위축·이미지 타격 고려
싱가포르 기반의 e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유통업계가 거래 중단과 자체 환불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이들 플랫폼에서 불거진 문제가 확산할 경우 정상적인 루트로 진행해온 상품 판매나 기업 이미지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더 큰 손실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이날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된 SPC모바일 상품권을 전액 환불 가능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객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티몬, 위메프 등을 통한 해당 상품 판매는 즉각 중단했다"고 전했다. 회사가 추산한 이들 플랫폼의 미정산 대금은 수억원으로 파악된다. SPC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우선 자체 비용을 통해 환불 조치할 예정"이라며 "대행업체로부터 정산받지 못한 판매금 문제는 해당 업체와 대화해 해결책을 찾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커머스 업체 11번가도 고객이 위메프에서 구매한 회사 발행 기프티콘을 모두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이날 밝혔다. 11번가는 요기요, 배달의민족, 신세계 등과 계약을 맺고 해당 업체 기프티콘을 자체 발행해 위메프에서 판매해왔다. 이에 따라 판매자가 11번가로 돼 있는 기프티콘은 위메프에서 구매했더라도 기한 내에 정해진 제휴처에서 조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날 기준 미사용된 해당 기프티콘 액수는 1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손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여행·레저 업계에서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노랑풍선은 티몬과 위메프의 대금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이달 출발하는 상품에 대해 무리 없이 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8월 이후 출발하는 일정은 고객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취소 위약금을 전액 면제해 주기로 결정했다. 고객이 여행을 원한다면 재결제와 함께 기 결제분에 대한 취소를 지원할 방침이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여행사의 피해 규모에 대한 근거 없는 수치가 확산하고 있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회사의 전체 여행알선수입 가운데 이들 플랫폼 두 곳에서 발생되는 매출은 3% 안팎으로 극히 미비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정보가 곧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더 증폭시킴과 동시에 여행업계에 2차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우려된다"며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 여행업계 정상화와 소비자들의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른 여행사들도 고객이 여행상품 재예약을 희망할 경우 티몬과 위메프의 실결제 금액을 최대한 지켜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중결제를 유도하면서 여행사가 항공이나 숙박 취소로 물게 될 위약금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온라인여행사(OTA) 야놀자는 입실 일을 기준으로 오는 28일 예약된 숙박 건까지 정상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오는 29일 숙박 예약 상품부터는 사용 불가 처리될 방침이다. 야놀자 측은 "고객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일괄 사용 불가 처리를 결정했다"며 "티몬·위메프의 대금 지연과 관계없이 사용 처리된 상품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지고 제휴점에 정상적으로 정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메가커피 등 커피 프랜차이즈와 일부 외식업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이미 발행한 쿠폰의 사용을 갑작스럽게 차단해 잔액이 남아 있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쉬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에 묶여 있는 미수금 규모가 크지 않은 업체들 입장에서는 회사명이 거론되면 고객들이 불안감을 느껴 다른 루트의 정상적인 상품마저 구매를 꺼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달 큐텐그룹 산하 3개 쇼핑몰 관련 상담 건수는 2391건이 접수됐다. 티몬 상담이 1879건으로 가장 많고, 위메프 479건, 인터파크커머스 33건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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